곧 다가올 바다의 날을 맞으면서 새삼 느끼는 소회가 하나 있다. 매년 바다의 날이 다가오면 나타나는 감정이다. 바다의 날 전신인 해운의 날이 생각나고 그 때가 참으로 좋았다는 기억이다.
해운의 날은 해운항만청 발족을 즈음하여 탄생했다. 바다의 날은 해양수산부 발족에 따라 정해진 기념일이다. 우선 바다의 날은 해운, 수산, 해양 등 크게 3가지 분야의 산업이 주인공이다. 반면 해운의 날은 오직 해운 산업 하나가 유일하게 초점이 맞추어 지는 기념일이다. 당연히 우리 해운계 입장에서는 해운의 날에 더 큰 의미를 둘 수밖에 없다.
1976년 3월 해운항만청 발족과 생겨난 해운의 날은 TV나 일간 대중지 등에서 해운 단체나 해운 기업 임원 또는 간부들의 인터뷰를 내보내곤 했다.
무엇보다 KBS 등 공중파 방송에서 해운 관련 인사들을 초청, 해운의 날 특별 좌담회를 개최한 일이다. 이렇게 해운의 날 기념 특별 방송을 한 그 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연말연시 해운 좌담회를 여는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한 마디로 해운 산업 종사자들이 해운의 날은 물론이고 연말이나 신년에 까지 특별히 해운인을 초청하는 방송을 편성함으로써 해운업에 대한 국민적 의식 제고에 큰 몫을 감당한 바 있다. 하지만 바다의 날로 변경된 이후 해운에 대한 공중파나 일간지 등의 특집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간혹 보도가 되더라도 일반인들의 관심과 흥미를 느낄 만한 해양 오염, 특히 해양 쓰레기 문제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당면한 현안 중 하나이기도 해서 일면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3면이 바다이고 북으로는 운송로가 막혀있어 도서 국가나 다름없는 지정학적 특성이나 수출 주도의 산업구조를 가진 경제적 측면에서 바다 산업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더욱 크다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바다 산업은 해운 뿐 아니라 수산업, 양식업, 해양 환경 등 비경제적이고 사회적 관심사가 허다한 만큼 해운업은 더욱 소외되고 있어 안타까움이 많은 편이다. 해운업이 지닌 국가 경제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는 중차대한 현안이 오래전부터 내재해 온 우리 해운계로서는 바다의 날 행사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해운 산업과 해운인이 집중 조명되던 해운의 날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해운의 날에 연관된 국민적 해운 인식 제고가 중요한 바는 향후 한국이 당면하게 될 문제들의 해결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젊은 청년층의 취업 대란에 해운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원양해운업 성장을 통한 취업난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까지나 글로벌 산업, 즉 해외로 나가는 분야이다. 외항해운업이야 말로 무한 경쟁이 가능, 취업 전선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는 얼마 되지 않은 산업이다.
단, 젊은이들이 원양 운항선 취업이나 승선을 지금처럼 3D업종의 하나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지금처럼 안정된 공무원 시험에 수만 명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망망한 바다로 나아가라는 진취적 기상을 지내지 않고서는 원양 선박 승선을 불가능하다.
여기에다 고급 해기사들의 취업 기피 현상이 지금처럼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고급 해기사, 특히 선기장을 포함한 해상인력들의 직업 정신이 수정되어야 대형 외항선의 해외 취항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 마디로 해운인이나 해운 산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제고가 미흡하다는 것이 해운의 현실이다. 이를 해소, 해운업 진흥 계기를 바다의 날이 감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바다의 날에서 해운 분야가 소외되거나 외면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경제지나 일반 대중지, 특히 TV와 같이 모두들 높은 관심을 지닌 매체에서부터 해운 분야를 다루는 시도가 확대되어야 하겠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일부 일간지나 TV등에서는 해운업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바다의 날에 내보낸 바 있어 더욱 해운에 대한 인식이 저하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운업이 지닌 국가 경제적 효과, 특히 우리나라처럼 해운업이 성장해야 하는 당위성을 지닌 국가에서 해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는 모습은 시정되어야 하겠다. 또 하나 아쉬움은 공정위 같은 정부기관에서조차 국내외 외항해운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만행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바다의 날에서 조차 해운업이 당면한 어려움이나 현상에 대해 언급조차 나타나지 않는 상황인데 어찌 바다의 날에 대한 시선을 긍정적으로 가질 수 있겠는가.
해운의 날이 그립다는 표현은 바다의 날이 해운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국민들에 대한 해운 인식 제고를 강구하기에 앞서 국내 ?????, 해운 전문지를 제외한 일반 대중지 소속 언론인들의 해운에 대한 인식 제고부터 올바르게 바로 잡아야 할 지경이다.
아무쪼록 올해의 바다의 날을 기점으로 과거 해운의 날에 다루어졌던 만큼은 아니더라도 해운업과 해운인에 대한 관심과 조명이 가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