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물이 흘러흘러 강을 이루고 강이나 육지의 물들을 모두 모아 바다로 나가 세계 각 해역의 바닷물이 됨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 같은 상식을 기반으로 어떤 업종의 본질을 규명해 볼 수 있다. 해운업을 예로 들어보자. 해운은 겉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 중 하나는 고객인 하주로 부터 얼마만큼 집화량을 달성하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된다. 특히 운임이 좋은 질 높은 화물을 많이 유치하면 할수록 수익점은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인·아웃바운드의 소석율 평균이 비슷해야 이익 달성이 순탄해 진다. 여기에서 하주로 부터의 집화량이 현상이라면 소석율은 숨어 있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거시적이고 근원적으로 해운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예로 해운 기업의 견실성의 현상들은 앞서 지적한 영업실적에다 선대의 대외 경쟁력이 보이는 현상 중 하나이다. 그러면 보다 근원적인 본질은 무엇일까? 단연코 조직원들의 생산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좀 더 나아가면 사주와 임원, 그리고 조직원들간 소통의 여부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 최종적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 해운계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다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 대형 운항업체들의 흥망성쇠에서 확실히 찾아볼 수 있다. 오랜 기간 한국 최대 최고의 선사로 군림했던 대한해운공사와 이를 합병하여 역시 국내 1위 선사의 위치를 굳건히 했던 한진해운의 실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대한해운공사는 1950년 국영 해운기업으로 출발, 구성원들간 의사소통이 아주 폐쇄적이었다. 특히 군사정권시절인 60-70년대가 더욱 그러했다. 그러다 민간인에 불하되어 전문 경영인 주요한 회장에 의해 이끌어지면서 이 문제는 완전 해결되었다. 주 회장이 워낙 소통의 달인이어서 임원 회의를 하다가도 담당 실무자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불러서 실무자적 입장을 청취, 상하 조직원간 소통이 지극히 원활했다. 이 때 까지는 해공이 조직 관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정치권에서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가 약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했을 뿐이다.

그러나 해공의 사주인 김연준 총장이 주요한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자신의 처가 식구들인 백씨 쪽 인물들을 CEO에 앉히면서 조직력은 그야말로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상하 조직원들간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북미 원양 항로의 풀 컨선 운항을 개시했지만 인·아웃바운드 소석율이나 컨테이너박스 수급 같은 지극히 실무적인 문제를 소홀히 했다. 처음부터 엄청난 적자를 시현하기 시작, 끝내 회사 주인이 변경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려 새로운 사주인 윤석민 회장이 해운계의 문외한인 자신의 친동생을 CEO로 앉혀 그야말로 소통이 조직 내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끝내 80년대 중반 5공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한진해운으로 넘어갔다.

또 한진해운의 경우도 故 조수호 회장 생전의 박정원 사장 체제에서는 승승장구했다. 그것은 전문 경영인 박 사장이 오랜 기간 해운계에 몸담아 해운 전문성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조수호 회장이 타계, 주식 상속으로 그 부인이 한진해운 회장직에 오르면서 한진해운의 조직력이나 조직원들 생산성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해운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그저 회사 돈으로 자신의 치부에 몰두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심복을 대표이사 사장에 앉히고 박 사장을 퇴임시키면서 한진해운은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들어 갔다. 특히 이 나락의 시기는 오랜 기간 협력해 온 해운 전문 언론과의 소통은 거의 단절하면서 기사도 몇 개 안 나오는 기성 언론에게 줄을 대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참으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주의 지시에 그저 순종하는 심복 CEO로는 한진해운 임직원들 상하간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져 한진해운의 장래나 세계 해운계의 변화 추이에 따른 순발력 있는 대처가 완전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설마 한국 1위의 해운 회사를 도산까지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오너와 CEO에게 젖어들어 한진해운은 끝내 도산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 같은 한진해운의 도산은 우리 해운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이 그동안 극심한 해운 기업 간 생존 경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해운 기업의 사주 및 CEO와 임직원간 의사소통이 왜 중요한지는 보다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제시해 보겠다. 해운은 바다가 터전이고 바다는 물의 집합체이다. 그리고 물은 막힘없이 흐름이 본질이다. 만약 물이 고여 있으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운기업에서 상하간 의사소통 부재나 부족은 마치 물이 고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운공사나 한진해운처럼 끝내 수많은 해운인들에게 아픔을 겪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