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그 중에서도 외항해운 국적선 운항은 다방면에서 국가 경제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업종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경제적, 지정학적 구조를 지닌 국가에서는 외항해운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존자원이 부족, 수출 원자재의 상당량과 국민 생활필수품을 수입해야 하는 국가에서의 외항해운업 중요도는 절대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외화획득의 대부분을 수출 상품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수출 원자재 수입의 원활화는 수출 진흥에 직결되고 있다. 이러한 수입 원자재 및 식량·에너지 등 국민 생활필수품의 수입과 수출 상품의 운송은 외항해운업이 99% 이상 감당하고 있다.

이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외항해운업은 국민 생활 안정화와 수출입 경쟁력 강화의 주요 바로미터가 됨이 확실하다. 여기에 더해 원양항로 정기·부정기선 운항은 독자적 외화 획득 산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외항해운업의 중요성을 정치 및 관료 집안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 매체에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좋은 예가 몇 년 전 도산한 세계 7위, 한국 1위의 외항해운 업체 한진해운의 경우이다. 한진해운은 외화 운임수입의 97%를 해외에서 획득했다. 3국간 항로 취항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원양 정기선의 경우, 한국항보다 여타 국가의 항구에 더욱 빈번하게 기항한다. 극동-북미 항로의 예를 들어보면 출발지는 부산항 한 곳이거나 부산 또는 인천항 등 두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 일본, 대만, 동남아 여러 국가를 들러 미국항으로 가게 된다. 운임 수입 구조상 여러 국가의 항구를 들러야 화물 집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석률을 채우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조치이다. 바로 이 같은 외항해운업의 특징이 외화획득산업, 그것도 독자적 외화획득 산업으로서의 해운업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유럽 국가, 그 중에서도 북유럽 및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은 외항해운업의 진흥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 전략을 고수해 왔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권이나 재정 당국 또는 일반 언론계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의 외항해운업이 제대로 된 인식이나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이다.

외항선의 외화획득 요소는 국적 원양 외항선의 3국간 항로 취항 외에 또 다른 외화 획득 창구가 있다. 항만의 해운홍보를 통해 외국의 외항선을 유치하면 입항료는 물론이고 각종 항계내업체 이용 등 외화가 굴러들어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완벽한 외화 수입 역할을 국내 항만이 감당하고 있다. 그런데 항만의 시설 현대화는 먼저 국적 외항선의 대형화와 증강이 기반이 되어야 기본적 운영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적 대형선 운항에 따른 국내 무역항들의 시설 현대화가 가능해져야 부수적으로 순수 독자적 외화 획득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이 뿐 아니라 해운업의 외화 절약 산업으로서의 비중 또한 다대하다. 어차피 국적 외항선에 못지않게 외국적 외항선에 의한 수출입 화물 수송이 필요 불가결하다. 따라서 이들 수출입 화물 운송의 국적선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의 외화는 절약되기 마련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적선 운항 외항선의 존재는 수출입 화물의 대외 경쟁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남북이 분단되어 대치하고 있고 북으로는 운송로가 막혀 있어 도서 국가나 다름없는 나라에서 국지전 도발이 일어나면 국적선은 전쟁 물자 수송은 물론이고 국민의 생활필수품 수송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왜냐하면 분쟁국가로의 취항은 지극히 제한적인데다가 그나마 취항하는 외국적 선사가 있더라도 서차지를 엄청나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무역 대국일수록 보호주의 무역 쪽으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항선을 하나의 전략적 상품으로 간주, 이를 무기화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얼마 전 호르무즈 해역에서 국적 외항선이 이란에 의해 나포된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항선은 상대국 도발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국적 외항선의 규모가 아주 협소해서 외국 정부나 또는 해적선에 의해 나포되어 운송 루트가 운송품 수송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면 국가적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여유 있는 국적선 운항은 곧 국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국적 외항선을 한진해운의 경우처럼 헌신짝 버리듯 버릴 수 있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몰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적 외항선 지원이 세계적 추세인데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어처구니없는 기사를 게재하는 언론이 있으니 이 역시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해운에 대해 모르면, 특히 해운업의 국가 경제적 역할이나 비중에 대해 문외한이면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함에도 그 반대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 정치, 관료, 언론 인사들이 너무나 많다.

해운업이 단순히 무역업이나 조선업의 지원 업종이 아니라 독자적 외화 획득 업종임은 이미 20세기 해외 취업선 승선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제발 이제부터는 역사적,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해운업이 독자적 외화 획득 산업임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