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바꾸어 놓은 지도 이제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뉴노멀’이라 불리는 새로운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갔다. 일상적이었던 많은 부분들을 할 수 없게 되었고, 그것이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건 겉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처럼 당연한 일상이 되었고, 사람들을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너무 자연스러웠던 행위가 이제는 시간을 지켜서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특별한(다소 위험을 무릅쓴) 일이 되고 말았다. 3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 해 12월 이후부터는 매일 아침 마다 어제의 확진자 숫자를 확인하며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나 집합금지 해제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고, 가족·친지들을 찾아뵙지 못하는 명절 같지 않은 명절도 벌써 두 번째로 맞고 있다. SF영화에서나 상상하던 일들이 이제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허무한 느낌마저 들고 있다.

그래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하겠다. 1년 간 우리는 대한민국 특유의 역학 조사 및 대량 검사 기술 등으로 인해 확진자 숫자를 잘 관리해 왔다. 최근 들어서야 1일 확진자 1천 명을 돌파한 적이 있고, 그나마도 오늘(2월 6일 기준)은 300-400명대로 떨어져 있다. 반대로 오늘 기준으로 전일 확진자가 12만 명 대인 미국이나 2만 명 대인 영국과 프랑스, 1만 3천명 대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과 이탈리아를 생각하면, 총 인구 숫자를 생각해도 우리의 방역이 매우 뛰어나다는걸 실감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 살고 있는 필자의 지인들은 매일 같이 톡방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현지에 있다 보니 그 곳과 우리나라의 코로나 방역 수준 차이가 본인들 생각에도 꽤나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실천 등 정부에서 요청하는 방역 수칙을 어려움 속에서도 지키고 있는 우리의 국민성이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들을 만들어내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 2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1분기에는 코로나19 치료 일선에 있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요양병원 및 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2분기는 65세 이상 노인과 의료기관·재가노인복지시설 종사자, 3분기부터는 만성질환자 및 19-64세 성인이다. 현재 백신들이 다소 부작용이 보고되고는 있지만, 다른 독감 백신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항체 형성률을 보이고 있고,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같은 mRNA기술의 백신은 2회 접종시 거의 90%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 된다는 보고가 해외 언론 등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다. 집단 면역을 전 국민의 약 60% 이상이 항체를 형성했을 때를 칭한다고 볼 때, 이 같은 높은 항체 형성률의 백신들이 거의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접종된다면, 또 셀트리온 같이 우리 기업이 만든 코로나19 치료제가 승인되어, 이제 경증 양성자가 치료제 투여로 인해 중증으로 가지 않는 상황들이 이어진다면, 올해 내에 코로나 종식이라는 꿈같은 이야기를 외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코로나는 2021년 종식을 기대하고 있지만, 코로나 종식까지 기다리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우리 물류이다. 코로나로 인해 물류가 끊어지고 차질이 빚어지면 그 피해는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회복하기 어렵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로 정부가 바뀌고 해운 재건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 시절의 네트워킹을 회복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지금껏 우리 물류는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도 코로나19의 세계 혼란 속에서도 오히려 신조선 투입 등으로 물동량이 늘어나는 등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물류에서 가장 중요한 인적 자원들이 무너진다면, 그동안 잘 버텨온 공든 탑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 물류의 인적 자원은 해기사(선원)이다. 해기사들이 배를 운항해야 화물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숫자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과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즉 어느 나라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감염될 지 알 수 없는 셈이다. 게다가 아무리 사전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더라도, 열도 높지 않고 증상도 없으며 역학 조사에도 손이 미치지 못한 무증상 감염자를 분류해 낼 수는 없으며, PCR검사 또한 접촉 후 짧게는 2-3일, 길게는 1주일 뒤에서야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를 생각하면 승선전 PCR검사도 결코 완벽한 대응 방안은 될 수 없다. 외국일수록 무증상 감염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감안할 때, 행여나 접촉 후 감염된 상태에서 승선할 경우, 배 안에서의 집단 감염의 위험도 매우 크다. 그렇다면 결국 해결책은 백신 접종뿐이다. 전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면서도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원들에게 항체가 형성되는 거 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백신 접종이 선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물류가 무너지면 우리 국가가 무너지게 되는데, 그 물류를 받치고 있는 인적 자원이 우리 선원들이기에 반드시 우선적으로 접종이 이뤄져야 하겠다.

물론 당장 백신이 들어오자마자 선원부터 접종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당장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코로나19 관련 의료진부터 접종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접종하는 분들과는 선원들도 접종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 물류가 무너지지 않고, 접중 당사자인 분들도 물류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단단한 국가에서 살아가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우리 선원들처럼 젊고 건강한 인력들이라면 일부 백신이 특정 연령 계층에서 항체 형성이 어렵다는 말도 적용되지 않을 테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 선원들의 백신 우선 접종이 정부의 백신 접종 효율도 좋게 만들지 않겠는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래저래 생각해보아도 우리 선원들의 백신 우선 접종은 명분적으로도 실리상으로도 매우 적절한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성공적인 해운 재건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해운 강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을 형성했다. 이제 백신 우선 접종을 반드시 실현시켜 우리 해운 재건에 방점을 찍을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물류도 살고, 코로나 펜데믹도 성공적으로 종식된다면 우리 해운인들에게 2021년 이후의 삶은 이전 보다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 이일우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