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협회 이름, 바꿀 때가 되었다”
본지가 소속된 해운 전문지 기자단(간사 김기환 머린뉴스 국장)은 지난 22일(금)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올해부터 한국선주협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정태순 선주협회 회장(사진)과의 특별 간담회를 개최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태순 회장은 우리 해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해운 전문지 기자단과 만나게 되어 반갑게 생각한다며 인사를 건네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태순 회장은 해운 전문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언론이 발전해야 국가가 발전하고, 언론인들의 수준만큼 업게가 발전한다고 본다”면서, “지금껏 그래온 것 처럼,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역할을 잘 감당해 달라”고 말했다.
선주협회 조직과 관련해서는 필요에 따른 변화도 있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잘 되고 있는 조직이라도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사회가 변화해 나가는 만큼 선주협회도 변해야 한다”면서, “현재 선주협회는 매우 준비된 조직이기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리라 본다”고 말했다.
정태순 회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선주협회”의 이름도 바꿀 때가 되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태순 회장은 “선주라는 단어는 오래전 개인이 선사를 소유하던 시절의 옛 이름이고, 이제는 개인이 아닌 법인이 선사 대표한다는 의미의 이름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며, 좋은 이름의 아이디어들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기사 수급 문제에 대해 정태순 회장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해기사들이 많이 배출됨과 동시에 해외 취업도 적극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정 회장은 강조했다. 선원 정규직과 관련해서도 현재 43%인 정규직 선원을 2020년 말에는 60%까지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해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연간 100억 이상의 재정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일정 부분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황산화물 규제 문제와 관련하여 정태순 회장은 결국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변수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유사들은 아직 저유황유와 고유황유의 가격 차이라던가 저유황유의 공급 능력 등의 수치들을 아직도 정확하게 내놓지 않고 있으며, 스크러버 역시 하이브리드와 오픈타입의 가격 차이도 크고 설치 스페이스 차이도 있는데도 정해진 모델이 없다”면서, “아직 섣불리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이런 수치들이 제시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무 부회장은 “저유황유와 관련해서는 작년말부터 석유협회랑 협의하고 있으며, 5월 중으로 양 업계가 저유황유 관련 세미나를 열 계획”이라며, “이런 시간들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공급량 등 대략적인 수치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정태순 한국선주협회 회장과의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해운산업 재건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취임하게 되셔서 어깨가 무거우실 텐데, 어떤 각오로 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습니다. 작년 4월에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어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어 해운산업 재건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금년에는 해운재건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입니다
우리 협회는 금년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시행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핵심인 “안정적 화물확보”, “경쟁력있는 선박확충”, “경영안정 지원‘ 등의 정책들이 정부의 계획대로 시행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공동보조를 맞추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협회는 회원사들이 국내외 화주로부터 선택받는 해운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수선화주 인센티브, 종합심사낙찰제를 통하여 국내화주가 우리 운송서비스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겠습니다.
아울러, 신조지원 프로그램이나 수출입은행의 에코쉽 펀드를 활용하고, 진흥공사와의 협력하에 경쟁력 있는 친환경선박 발주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선사들의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진흥공사나 캠코에서 시행하고 있는 S&LB(Sale & Lease Back) 프로그램 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협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코자 하시는 것을 소개해 주신다면.
올해는 톤세제 일몰기한이 도래하는 해입니다. 해운산업의 경제적 가치나 기여도를 여실히 밝히고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우리 산업이 형평성을 확보 할 수 있도록 톤세제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총력을 다 할 예정입니다.
우리 협회는 지난해 컨테이너선 국적선 적취율 증대를 위해 3대 물류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금년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어깨를 견줄 수 있으려면 규모의 경제효과를 시현해야 하는데, 우리 정기선 업계가 다 같이 이런 취지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회원사들이 느끼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애로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대책은 무엇인지.
해운기업 경영에 있어 손톱 및 가시같은 애로사항은 주로 세제, 회계, 관세, 외환 등의 문제인데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특히,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불과한 사안에도 선사 대표자들이 밀수범으로 취급되거나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선박의 수입 및 수출 신고 절차 개선, 외환거래 신고 절차 간소화, 그리고 화물 무단반출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보세장차장 지정권한 확보 등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회원사들을 통해 세제, 회계, 관세 및 외환관련 애로사항을 추가로 발굴하고 신속히 이를 개선할 예정입니다.
▲대형선사 대비 상대적으로 중소선사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중소 선사들의 경우, 지적하신 바와 같이 정부 정책에 대한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고 대형 선사들과 달리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도 중소선사만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맞춤형 대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회원사의 인력이 빠듯하여 활성화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온라인을 활용한다던지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여 100여개 중소선사들의 목소리를 좀 더 청취하고,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회 내 별도의 “중소선사협의회”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특히 중소선사들의 경우 위에 말씀드린 세제, 회계, 관세 및 외환 규제관련 이슈가 잦아 이를 중소선사협의회를 통해 중점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 따라 육상 뿐만 아니라 선원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원정책과 관련하여 현재 대두되고 있는 현안사항과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외국인에 대한 차별금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선원분야에서도 선원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 선원의 정규직화 요구 등으로 인해 선원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는 그동안 급격하게 인상된 선원최저임금이 업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선원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원노동조합에서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선원의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서는 협회 자체적인 연구용역을 통해 연착륙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는 선원노동조합과의 정책적인 협의를 통해 선사 규모나 선종, 그리고 항로별 선원정규직화 가능 여부 등에 대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낼 계획입니다.
▲한국인 선원의 부족, 장기승선 기피 등 선원 수급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우리나라는 한국선원의 부족으로 1991년부터 외국인 선원을 고용하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인 해기사들의 장기승선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부원 선원은 아예 공급이 중단되다 시피 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원 고용인원을 필수선박 88척에는 6명, 지정선박 212척에는 8명으로 제한하는 등, 총 300척의 선박에 대해 외국인 선원 고용 제한을 통한 “한국인 선원의 승선” 체계로 운영되어 선박의 원활한 운항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원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외국인선원 고용인원을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체제를 “한국인 선원 의무승선인원”을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 선원이 승무하는 체제로 변경하여 필수ㆍ지정선박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 협회의 입장입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제반 사항을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이해를 구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0년 저유황유 사용 의무화 등 국제적으로 해양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선주협회의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제한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가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국제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은 △황산화물 저감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장착 △친환경연료인 저유황유 사용 △LNG연료 추진선 등 3개 옵션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합니다. 게다가 노르웨이, 싱가포르, 중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오픈타입 스크러버 장비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 많은 선사들이 황산화물 배출규제 대응에 혼선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는 한국선급등 관련기관과 황산화물 배출규제 대응방안 연구를 시행 중이며, 연구결과가 나오는 대로 우리 선사들에게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저유황유의 충분한 공급을 위해 국내 정유사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탈황장치 설치예정선박에 대한 금융지원 및 이차보전 등을 통해 선사들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갈 계획입니다.
▲황산화물 문제 말고도 환경이슈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지요.
황산화물 규제 이외에 선박평형수 처리문제가 있습니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은 17년에 이미 발효되긴 했었지만 현존선에 설치하는 시점은 금년 9월 이후 처음 도래하는 정기검사일이거든요. 설치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장치를 작동시키는 일, 기록관리를 유지하는 일, 선원을 교육하는 일 등 많은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회원사가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처리장치의 운영상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문제도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IMO협약에 따른 연료소모량 집계시스템이 금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모든 선박의 연료소모량 기록이 의무화되고 기국을 통해 IMO에 보고될 예정입니다. 협회는 올 상반기 중 ‘선박온실가스 감축대응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배출정보 수집방법 표준화 및 대응비용 절감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해운산업은 국가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도에 비해 국민적 관심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민 인식 제고를 위해 어떠한 구상을 하고 있으신지.
해운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 중의 하나임에도 그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해운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해운산업에 대한 칼럼게재, 기자 간담회, 바다마라톤 및 바다사랑 걷기 대회, 카누·드래곤 보트 대회 개최 등을 통해 해운산업 알리기에 힘쓰는 한편, 사회 기여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해운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미래의 해운 역군인 청소년들에 대한 해운산업 교육 확대를 위해 애쓰겠습니다. 초ㆍ중ㆍ고생을 위한 해운 교양 서적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초중고 교사 및 학생들의 항만견학과 승선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래의 해운인재들이 어려서부터 해운산업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신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의 신기술이 개발되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해운ㆍ물류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선박 운항 전과정의 안전과 보안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e–Navigation” 시스템 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전세계에 적용될 “e–Navigation” 표준 체계를 개발 중이며, 우리나라도 2020년 완성을 목표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한국형 e–Navigation”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해운ㆍ물류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 할 기술로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 개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종이없는(Paperless) 해운ㆍ물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여 화물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입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 “해운ㆍ물류블록체인협의회”가 발족되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해운물류블록체인협의회는 해양수산부, 관세청 등 정부기관, 해운, 항만, 항공, 화주, 3자 물류회사 등의 177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조기에 개발하여 상용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자율운항선박”의 개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선박의 첨단장비를 제조하는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술개발이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신기술 개발 등의 흐름에도 적극 대응하여 첨단시대를 앞서가는 해운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취재∙사진 이일우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