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기자의 "배타고 여행가자"] “여객선 타고 울릉도 가자” (2)

취재부
2023-10-18

▲ 뉴씨다오펄호에서 찍어본 울릉도 사동항의 광경.




뉴씨다오펄호에서의 밤

 

배에 올라 숙소 키를 받고 짐을 내려놓았다. 해운조합 측에서 기자와 비슷한 연배의 기자 선배들과 같은 방을 배정해 주시는 배려를 허락하시어 조금은 편하게 객실에 짐을 풀고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쉬는 것도 잠시, 선상 공연을 보러 내려오라는 명이 주최측으로부터 떨어졌다. 옷만 적당히 갈아입고 식당 안에 있는 공연 무대로 향했다. 무대는 기타를 멘 여성 가수분께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으시며 노래를 하고 계셨다. 가수분께서는 대체로 7080세대들에게 익숙한 노래들을 메들리 식으로 부르고 계셨다. (나름 대중음악에 조예가 깊다고 자평하는 기자도 모르는 노래들이 꽤나 되더라. 쩝.) 그런데 이 분이 메고 있는 기타도 치지만, 기타 소리보다는 노래방 반주에 거의 의지해서 부르는 형국이라 그 사운드의 풍성함(?)이 매우 대단했다. 그러다보니 슬슬 관객들도 흥이 나기 시작하고 한 두 명씩 무대 중앙으로 나와 소시적 춤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한 명이 두 명 되고 두 명이 세 명되고, 나중에는 약 20여 명의 청춘들이 무대로 쏟아져 나와 오래전 즐기시던 가락을 뽐내고 있었다. 아직 40대 초반인 기자는 매우 신비롭고도 화려한 그 광경에 매료되어 동영상으로 찍어두기까지 했다. 가장 대단한 건 그 여성 가수분이셨다. 대략 2시간 가까이를 노래하시면서도 지치지도 않으시더라. 그 분은 그렇게 탑승객들이 울릉도로 가는 총 운항 시간의 1/3을 당신의 카리스마로 가져가 버리셨다.

공연을 마치고 다들 지쳤는지 식당에 머물지 않고 숙소로 들어갔다. 기자가 있는 객실에서는 그냥 자기 아쉬워서 캐리어를 식탁 삼아 편의점에서 구매한 맥주 한 두 캔과 안주를 기울이며 나름 훈훈하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 뒤 잠이 들었다. 그리고 한 3시간 정도 잤을까? 울릉도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오며 씻고 정리하고 하선할 준비를 하라는 승무원의 공지가 들려왔다. 얼른 씻고 짐 정리를 한 뒤 승무원들의 인솔에 맞춰 사동항에 하선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6월의 햇살이 매우 강렬하여 좋은 날씨에서 여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첫날 오전에 예정되어 있는 독도 방문이 일단 출항은 가능하겠다는 생각 또한 가질 수 있었다.

사동항 인근 밥집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독도로 가기 전 잠시 울릉도의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었다. 처음 간 곳은 울릉도를 대표하는 해안 산책로인 행남 해안 산책로 중 도동 해안 산책로였다.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해안을 끼고 이어지는 절경의 트래킹코스인 행남 해안 산책로는 도동 해안 산책로 구간과 저동 해안 산책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 일행이 간 도동 산책로는 이름 그대로 도동리에 위치한다. 참고로 도동리는 릉도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도청을 비롯한 각종 시설과 상점들이 몰려 있다.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셨던 버스 기사님 말씀에 따르면, 울릉도는 토지의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고 그래도 땅값도 평당 5천에 이를 만큼 비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동 해안 산책로로 향하며 지켜본 도동리 마을에 주택이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울릉도가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도동 해안산책로는 걸어다니며 울릉도의 산과 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면서도 계속 조금 걷다가 사진찍고 동영상 찍고를 반복할 만큼 한 걸음 한 걸음이 절경이었다. 특히 산책로 계단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울릉도 전체로 봐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광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죽하면 사진을 찍기 좋아할 뿐 찍히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기자도 이 영역에서는 해운조합 사보 취재차 카메라 들고 나오신 분께 사진 한번 찍어달라고 부탁을 드린 바 있다. 그 사진은 현재 기자의 SNS와 메신저의 프사(프로필 사진)로 올라가 있다.


▲ 도동 해안산책로 입구에서 찍은 팸투어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사동항에서 독도로

 

그렇게 한참 사진을 찍고 나서 일행은 독도을 방문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시 사동항터미널로 이동했다. 일행이 독도를 방문하기 위해 타는 선박은 대아고속해운 소속 쾌속선 씨플라워호였다. 씨플라워호는 월요일은 제외하면 매일 오전 9시 10분에 사동항에서 독도로 간다. 이에 일행들은 출항시간 약 1시간 전에 맞춰 사동항에 도착했다. 참고로 독도행 쾌속선는 파도가 심한 동해의 특성상 그날의 기상 상황에 따라 출항이 제한되기도 한다. 어느 선배 기자는 총 5번 독도행을 시도했으나 3번은 사동에서 출항도 못했고, 2번은 출항은 했으나 독도를 밟지는 못했다는 후문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과연 이번에 독도행 배가 출항할 수 있을지도 당일 아침부터 의견이 분분했었다.

다행히도 사동항터미널에 도착하자 금일 독도행 배가 출항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출항이 결정되자 이번에는 일행들 중 뱃멀미를 앓는 분들 사이에서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동해를 파도의 높이가 꽤나 높아서 쾌속선 같은 가벼운 배는 운항중 엄청 흔들려 승객들의 멀미를 유발하곤 한다. 파도가 정말 심할 때는 거의 롤러코스터 수준으로 흔들려서 화장실 앞에 무릎꿇고 있는 승객들이 양산되기도 한다. 기자단 선배들 중에도 배멀미를 심하게 겪는 분들이 계셨다. 그 분들은 동해의 위력을 여러 번 체험해 본 바 과연 독도행 쾌속선을 타야할 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탑승을 포기한 선배들도 몇 있을 정도였다. 이런 멀미에 대한 공포감이 주최측에도 전달되었는지, 해운조합 측에서는 사동항터미널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거의 수면제급)의 멀미약을 팸투어 일행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기자는 그동안 뱃멀미를 심하게 겪지는 않았지만, 선배들의 강력한 충고(?)를 받아들여 멀미약을 먹었다. 그리고 기자는 출항과 동시에 곧바로 잠이 들고 말았다.


▲ 사동항과 독도간 항로를 운항하는 대아고속해운 소속 쾌속선 씨플라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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