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기자의 "배타고 여행가자"] “연안여객선 타고 추자도로 가자” (5)

취재부
2022-03-15

▲신양항 부두 옆에 만들어진 아름다운 산책길 모습.



신양항을 거닐어 보다

 

셋째날은 돌아오는 날. 여행 자주 다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돌아오는 날은 웬만하면 복잡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소소하게 숙소 근방을 둘러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마무리하곤 한다. 애초에 여행은 휴식이 목적이기에 돌아오는 날까지 빡빡하게 잡으면 피로감도 클 뿐 더러, 교통편 시각에 늦을 수 있어 대체로 마지막날은 널널하게 잡는게 국룰이다. 기자 일행도 마지막날은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오전 늦게 느지막하게 일어난 일행들은 사용했던 숙소를 청소하면서 개인 짐정리에 들어갔다. 점심 식사는 가볍게 파스타와 전날 남은 고기반찬으로 먹었고(기자가 파스타는 또 기가 막히게 만든다.) 먹고 나서 정리를 마친 뒤 일행은 피곤한지 잠시 각자 방으로 들어가 낮잠을 청했다.

그런데 기자는 굳이 낮잠까지 자고 싶지는 않았다. 널널하게 마지막날을 보내는건 좋은데, 그렇다고 이 황금같은 시간에 잠을 자는거 까지는 원치 않았다. 그래서 기자는 다들 잠든 사이에 가벼운 차림으로 카메라를 들고 숙소 근처에 있는 신양항(하추자항)으로 향했다. 전날 밤에 잠시 산책 차원에서 거닐고 오긴 했으나 제대로 사진도 담지 않았던 터라, 그냥 가면 두고두고 아쉬울 듯 하여 발걸음을 신양항으로 옮기고야 말았다. 결국 휴가 중에도 본업을 잊지 못하고, 잠시 기자로서 취재 아닌 취재를 하러 나선 것이다.

숙소에서 신양항까지는 도보로 약 500m 정도되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그날 기온이 거의 40도를 육박하는 초더위였던지라 걸어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전날 고친 2000년대형 쏘렌토를 몰고 신양항으로 향했다. (물론 차로 가도 땀에 흠뻑 젖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차의 에어콘은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



▲신양항 대합실 내부. 여느 연안여객터미널과 다르지 않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터미널 대합실로 들어갔다. 매우 작은, 그러나 나름 있을건 다 있는 연안여객터미널이었다. 1회에 말씀드렸다시피 하추자항인 신양항은 오후에 제주에서 배가 도착하고 오전에 배가 제주로 출발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다. 그 시간은 제주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는 시간이라 마중나온, 혹은 소수이지만 배의 종착지점인 완도로 향하는 몇몇 사람들이 대합실에 앉아있었다. 한번 쭉 둘러보고 사진 몇 장 찍은 뒤 기자는 신양항 항구 옆에 있는 공원같은 길로 올라갔다.

거기서 기자는 신양항이 소소하게 나마 지역 친화적으로 지어진 항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두 옆 방파제 위로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 쭉 나있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옆은 무지개 색깔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걸어가는 산책길에는 골목놀이 판도 몇 개 그려져 있었다. 우리 세대는 다 알만한 1,2,3,4 놀이판(다들 아시죠?)과 최근 넷플릭스에서 대 흥행한 '오징어게임'의 게임판도 그려져 있었다. (참고로 신양항은 오징어게임 개봉 전에 만들어졌다. 이건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산책으로 지나가다가 돌 하나 주워서 1,2,3,4 해보면서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뭔가 산책로 처럼 구성되어 있는게 충분히 지역 친화적인 생각을 하고 항구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기도 했다. 분명 추자도에서 나름 산책 다녀올 만한 곳이 되겠구나 싶어 해운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날씨는 더웠지만, 신양항 산책길 끝에서 끝까지 쭉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땀은 비오듯 흘렀지만 뭔가 걷고 싶었다. 훗날 봄이나 가을쯤 찾아와서 걸으면 참 시원하고 즐겁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책길을 걷고 입구로 돌아오니 하추자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묵었던 숙소와 옆에 위치한 학교, 뒤에 보이는 산까지 추자도에서 경험한 2박 3일의 여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 했다.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풍경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를 확인하시라.



▲신양항 산책길 입구에서 찍은 하추자의 아름다운 광경.


 

추자도 여행을 마무리하다

 

그렇게 잠시 신양항 취재 아닌 취재를 한 뒤 다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행들은 청소와 정리 후 잠시 피곤했는지 모두들 낮잠에 들어 있었고, 기자는 온 몸에 젖은 땀을 씻기 위해 다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이제 모든 짐 정리를 마무리 한 뒤 항구로 갈 준비를 마쳤다. 2000년대 쏘렌토에 무거운 짐을 싣고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을 했다. 살짝 걱정했는데 웬걸, 차는 정말 잘 나가더라. (추자도 유일의 카센타 사장님, 당신의 실력을 인정합니다.) 차를 한참 몰아 단골 밥집에 세워놓고 차 키를 부탁한 뒤 짐을 들고 슬슬 걸어서 추자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조금 뒤 다시 퀸스타2호에 탑승,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고 제주항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저녁 비행기여서 제주도에서 잠시 시간을 보낼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추자도에서의 추억이 너무 좋아서일까. 관광지 제주에 있음에도 그렇게 그 곳에서 시간을 쪼개어 어떤 관광을 하고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행과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제주 시내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각자 예매한 항공기를 타고 김포로 돌아왔다.

추자도 여행은 3년전 백령도 여행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기자에게 기억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의 장기화로 여행다운 여행을 누릴 수 없었던 기자에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함께 섬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당장 이번 여름에도 가겠는가 하고 묻는다면 충분히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추자도 여행은 기자에게 섬 여행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이렇게 몇 개월에 걸쳐 연재되었던 '배타고 여행가자' 그 세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한다. 동 시리즈의 목적은 아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배 여행의 장점과 매력을 알리고 이를 통해 우리 여객선 업계가 더욱 힘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부디 이 연재물을 읽고 있는 본지 애독자 및 기자의 블로그 방문자들께서 배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 우리 여객선 업계가 힘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나아가 국내 섬 여행의 길이 되어 주는 우리 연안업계도 오랜 코로나의 후유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긴 연재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ㆍ사진 이일우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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