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우 기자의 "배타고 여행가자"] “연안여객선 타고 추자도로 가자” (4)

취재부
2022-02-16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운 아름다운 바닷물빛.


섬에서의 독특한 차량 수리법

 

기자는 식사 후 지인들을 물놀이 해변으로 데려다준 뒤 차를 수리하기로 했다. 기자가 첫날부터 운전했던 2000년대 초반 연식의 쏘렌토 차량은 이미 첫날 저녁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오르막길을 올라가지 못하는 진풍경을 연출해 준 바 있었다. 그 이후로 좀 쉬었다가 운행하고, 좀 이상하면 또 쉬었다가 운행하기를 반복했는데, 도저히 더 이상 요령만으로는 운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기자는 조심스레 운전한 끝에 지인들을 물놀이 해변 근방에 내려준 뒤, 홀로 추자도 유일의 카센타로 가서 수리를 맡겼다.

카센타는 상추자와 하주차를 잇는 다리 근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추자도 운전자라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가면서 볼 수 있을 만한 자리였다. 그만큼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사전 지식 없이도 바로 찾아갈 수 있을 만한 절묘한 위치였다. 카센타로 갔더니 아무도 없어 두리번거렸는데, 조금 있다가 또 다른 차 한 대가 카센타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그 차에서 시크한 표정의 50대로 추정되는 남성분이 내리셨다. 그 분이 사장님이셨던 것. 어떻게 왔냐고 하길래 차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속도가 안난다고 설명을 했다. 여전히 시크한 표정으로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지인 아버지의 이름을 대면서 그 분 차가 아니냐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역시 추자도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는가보다 싶었다.) 기자는 그 분 차 맞는 것 같고 나는 여행을 왔는데, 마침 차가 문제가 생겨 심부름으로 수리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카센타 사장님, 이 차는 오래된 차라서 여기 예전부터 자주 왔었다면서 왜 그 사람은 아직도 이 차를 폐차하지 않고 몰고 있냐며 퉁명스럽게 반응하셨다. (참고로 추자도에서 움직이는 차는 대부분 이런 차들이다. 문제는 그런 차들 중에서도 이 차는 좀 더 상태가 심각한 상태였다는 것.)

퉁명스럽고 시크했으나 뭔가 장인의 풍모가 느껴지기도 하여, 과연 이 폐차 직전의 차를 어떻게 수리하는 지 나름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고치는지 흥미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리는 참으로 단순했다. 카센타 사장은 갑자기 카센타 맞은편의 해안가(카센타는 해안도로에 위치) 로 차를 끌고가더니, 거기서 검은 연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도록 RPM을 끊임없이 올리는 게 아닌가. 검은 연기가 아름다운 바다를 뒤덮는 묘한 풍경이 약 2-3분 정도 연출되었다. 그렇게 계속 엑셀을 밟으니 어느 순간 검은 연기가 안 나오기 시작했다. (운전 20년 가까이 해봤지만 이런 장면은 진짜 처음 봤다.) 그러고 나서 다시 카센타로 차를 끌고 온 사장님은 어디서 생수통을 들고오더니 거기에 수돗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는 본네트를 열어 끓어오르는 냉각수통에 붓기 시작했다. (당시 냉각수가 끓어 역류하는 모습은 마치 일본의 유명 유황온천 마을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그것과 흡사했다. 차가 정말 심각하긴 했던 것.) 한참을 붓고 역류하고 또 붓고 역류하고를 반복하니 어느 순간 냉각수의 역류 역시 잠잠해졌다. 그리고 사장님은 시크하게 생수통을 카센타 안으로 던지면서 "수리 끝."이라고 공임가격을 쿨하게 불렀다. "이게 끝인가?" 싶었으나 어떻든 끝이라기에 일단 공임을 지불했다. 영수증을 적어주면서도 사장은 "어서 차 좀 폐차하라고 해."라며 투덜투덜. 영수증을 받아들고 차를 몰아보았다. 그런데 허허, 거짓말처럼 차가 잘 움직이는 게 아닌가. 엑셀을 밟아보니 속력도 나기 시작했다. (할렐루야~) 이것이 섬에서의 자동차 수리이구나 싶어 경탄을 금치 못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서울의 카센타와 사업소 수리에만 익숙했던 기자로서는 참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수리방법이었지만, 어떻든 그날 이후로 돌아가는 날까지 2000년대형 쏘렌토는 무리 없이 오르막길을 잘 올라갔다.

차 수리를 마치고 숙소로 가서 잠시 차 정리를 하고, 기자는 지인들이 2차 물놀이를 하고 있는 상추자의 해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기자의 지인들과 식당 사장님 맏딸과 학교 친구들 여러 명이 물속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물과 시원한 아이스크림 등을 구매해서 기자는 해변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자는 오전에 '모진이몽돌해변'에서 느꼈던 바다 비주얼의 충격을 또 다시 경험하고야 말았다.


▲나름 추자도의 번화가인 상추자항 앞 읍내 모습.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물놀이를

 

이곳은 오전에 갔던 '모진이몽돌해변'과는 또 다른 느낌의 에메랄드빛 해변이었다. 아직도 그 곳의 이름은 알지 못한다. 그냥 동네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해수욕장 같았다. 어떻든 생수와 아이스크림을 들고 도착했던 그 곳의 비주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곳에서 지인들과 동네 아이들 합쳐 약 10여 명이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다들 구명조끼를 입었기에 어려움 없이 물에 둥둥 떠다니며 수영을 하고 있었고, 튜브 위에 올라가 누워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그 바닷물 빛깔이 오전보다 더 에메랄드빛인게 아닌가. 기자는 물에 들어갈 생각을 안 해서 래시가드 등을 챙겨오지 않았지만, 그 풍경이 너무 예뻐서 고심 끝에 그냥 평상복 입은 채로 구명조끼만 두르고 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친구들은 기자가 가져온 물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로 올라왔으나 기자는 그냥 물에서 놀았다. 튜브에 누워 눈을 감고 바다 위에서 망중한을 잠시 즐겨보았다. 뭐랄까. 코로나로 1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기자는 튜브 위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오키나와 같은 해외의 해변을 가지 않더라도 섬 여행을 통해 이런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을 더욱 명확하게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더욱 주변 사람들에게 섬 여행을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기자가 추자도를 갔을 당시만 해도 델타변이가 창궐하던 시기였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오미크론이 대유행을 타고 있는 시점. 결국 올해 휴가철에도 해외여행을 누리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그 아쉬움을 올해에는 섬 여행으로 충분히 달랠 수 있도록 주변에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기자 역시 올해도 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에메랄드 바다빛깔을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있다.

다시 추자도로 돌아와서 그렇게 망중한을 한참 즐기고 얼굴에 바른 선크림의 수명이 다할 즈음 해변으로 나왔다. 잠시 쉬다가 지인들을 태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메뉴는 오전에 추자도 마트에서 구매해 놓은 돼지바베큐! 뭐 불판에 그냥 구워먹는 고기였지만, 여행지에서 먹는 고기라서 괜히 맛나더라. 저녁 식사 후 지인들과 잠시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들어와서 보드게임으로 밤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둘째 날은 마무리 되었다.


▲기자가 머물던 동네의 소소하고 한가로운 풍경.



- 글·사진 이일우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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