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의 임기 성공적으로 마무리
- 선박 기후변화 정책 채택 최대 성과, 향후 개도국 지원 등에 힘쓸 것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한국인 최초로 당선되어 지난 2016년부터 직무를 수행한 임기택 총장이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임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오랜 기간 교분을 가져온 바 있는 해운 전문지 기자단을 초청하여 귀국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세계해사대학(WMU) 동문 송년회와 겸하여 개최된 이날 간담회에서 임기택 총장은 지난 8년간 IMO에서 거둔 성과와 함께 향후 IMO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퇴임 후 세계 해양 대통령을 역임한 경륜을 사용하여, 개발도상국의 해양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과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 지난 8년간 노고가 많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 드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제가 IMO 총장직을 내려놓더라도 명예총장직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IMO 및 해운・해사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지원하려고 한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저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 선원들의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다.
· 지난 8년간 IMO 총장직을 수행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또한 향후 IMO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언해 주신다면.
선박의 기후변화 정책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선박의 기후변화 정책은 해운과 항만, 조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이 기후변화 정책을 지난해 7월 175개 해운국과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끌어 내어 채택하게 되었고, 이를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선박의 자동화를 포함한 디지털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MO가 선박의 기후 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박의 디지털화와 관련한 중장기 전략도 수립하였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항만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의 성과도 있었다.
IMO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안하자면, 그동안 IMO는 규제를 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규제와 함께 세계 해운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프로모션, 즉 진흥의 역할도 IMO 헌장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IMO는 이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계 진출이나 해수부장관 등에 대한 러브콜을 받으신다면.
IMO에서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과 함께 지원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제가 8년 동안 에너지를 쏟은 선박의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정책 외에도, 세계 2/3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국제 협약에 대해 흡수를 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느냐에 대한 지원에 노력을 쏟아낸 바 이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게는 기적의 표본으로 되어 있다. 그 발전과정과 함께 IMO의 사업을 엮어서 개도국 지원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지난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80차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큰 합의를 이끌어 내셨다. 트레이드윈즈 같은 국제 언론에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 총장께서 엄청난 포용력을 발휘하셨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원동력이 있었다면.
정책과 관련한 대립이 단순하게 개도국과 선진국으로만 나눠진 게 아니라, EU의 입장, 산유국의 입장, 일부 먼 지역 나라들의 입장, 개도국의 입장, 미주 대륙 국가들의 입장이 다 달랐다. 그 과정에서 주장을 숨기고 있는 대다수의 개도국을 감싸 안지 않고서는 합의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어떤 일이든 간에 상호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는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각자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개도국은 산유국과 달리 피해의식이 많다. 선진국에 대해 상대적인 아픈 사연들도 많다. 그런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개도국이 이 과정을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동시에 선진국에 대해서는 (제가 인기가 없어 질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개도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게 좁혀가는 과정을 실행하다보니, 많은 국가들이 서로 공감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모아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었고, 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향후 개발도상국의 역량 개발과 관련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기여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지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해운만 국한해서 보면 기후변화 전략, 선박의 디지털 문제, 항만 디지털 문제, 싱글윈도우 등의 부분을 도울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개도국에게는 이 모든 게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정부의 해양 관련 행정 체제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국가가 매우 많다. 반면 대한민국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많은 해양수산 인프라가 깔려 있어 그런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다. 또한, 다른 나라의 항만 수요가 크게 늘어가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항만을 건설하고 개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각 선진국들의 ODA사업을 활용해서 연결시킬 수 있다. 아울러, EDRD나 ADB 등 세계 금융기구를 개도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그 연결 고리에 IMO가 중간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진국 중에 재정을 낮게 잡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이 국가들을 설득하여 A개도국과 선진국이 A파트너십을 구축해 서로 투자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기술 훈련 등에 대해 WMU, 해사대학 등에 대한 지원이나 자본과 인프라에 대해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IMO가 중간자 역할을 하여, 회원국-회원국 간, 회원국-금융기관 간 연결, 그리고 IMO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 개도국 지원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생각 이상으로 여건이 취약한 현실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에게는 당연한 부분이 개도국에게는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 대체연료 선박과 관련해서 중소선사들이나 개발도상국 선사들은 바이오연료를 기대하고 있다. IMO에서는 바이오연료가 과연 대체연료로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박회사에서는 구체적인 연료를 정해서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IMO는 그렇게 접근하고 있지 않다. 왜냐면 대안이 여러 개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MEPC를 통해 채택된 기후변화 정책 내용에 보면, IMO는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CO2 성분이 몇 %까지냐는 성분의 레벨을 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 기준에 적합하다면 어떤 연료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IMO가 수립한 전략은 CO2 기준을 잡는 것과 함께 카본 프라이싱 경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경제 조치가 예정대로 2027년부터 들어가면, 언제 선대를 개편해야 할지에 관한 시기도 예측이 가능하다. 선박 업계에서 시기에 맞춰 대체연료 선박을 발주하게 될 경우, 에너지 벙커링 업계도 그에 맞게 생산 시기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브라질은 정권 교체 이후 에탄올에 대한 기대가 크고 역량도 빠르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수소 생산도 확산되고 있는 등 생각보다 유럽과 개도국이 연결된 가운데 대체 에너지 생산 활동이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7월 정책 채택 이후 집행 시기가 나오고, 2030년 타깃, 2040년 타깃이 나오니까,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계산이 거의 되어 있다. 그에 따라서 에너지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다. 해운 선사들은 다소 혼선이 있겠지만, 결국 진행된다고 본다. 지금 해운 업계는 상당히 크리티컬한 상황이다. 성장과 하락의 기로에 서 있다. 업계와 정부의 통합적인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다. 중소업계의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정으로 보고 있다.
· IMO는 과거 소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릴 때 역할을 해온 바 있다. 최근 예멘 반군 문제로 수에즈운하가 마비되고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IMO가 군사적인 조치에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지.
서아프리카만 해도 지난 2년 전까지 매우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 때 다행히 IMO와 인접국가인 나이지리아 등이 강도 높은 대응책을 준비했었다. 그래서 걸프오브 기니의 해적 문제는 지금은 통제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홍해 문제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무장단체인 후티는 UN의 직접 대화 상대도 아니다. 후티 측은 자신들이 공식 입장의 정부 기구라고 생각하지만, UN에서는 공식 협의 대상이 안 되는 상태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12월 초에 IMO에서 강한 성명서를 낸 바 있다.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를 합친 지부티 코드 오브 콘덕트(Djibouti Code of Conduct, DCoC)라는 협정이 있다. DCoC에 소속된 약 20여개 나라가 IMO의 성명서를 바탕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자체적으로 10개 정도의 조치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홍해의 상황이 악화가 되어 지난달 18일 IMO가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인근국가인 이집트와 사우디, 예멘 등의 대표와 IMO가 함께 긴급 대응반을 만들어 UN본부와 UN총장실, UN무역개발회의(UNCTAD) 등과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분쟁지역에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 국가들과 소통을 하면서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런 가운데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지만, 중동 지역은 정치 외에도 종교적인 문제도 함께 들어가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IMO는 비상 체제를 계속 가동하고 있으며, 후임 사무총장도 긴급 체제를 이끌고 나갈 예정이다. 우리 군도 작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우리나라가 해운 강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해운업계에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조언해 주신다면.
IMO 회원국이 175개국인데, 우리나라처럼 포괄적으로 해양업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해양수산부)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매우 소수이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같은 정부 부처가 있는 나라도 해운 업무까지 관장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해양수산부와 관련된 각종 기능적 생태계가 대한민국처럼 잘 되어 있는 나라 또한 거의 없다. 저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운 관련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고 금융 등의 지원도 매우 훌륭하다. 이런 해수부의 역할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업계 입장으로 보면, 우리 해운이 세계 해운을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본다면 지금 매우 잘하고 있다. 전 세계의 해운은 무역과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 역사나 경제 규모 등을 볼 때,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어떻게 갖고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많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해양 무대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소위 K-컬쳐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해외에서는 훨씬 크게 체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해양 생태계를 가진 대한민국 해운이 글로벌 무대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 대한민국 해운과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더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선원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큰 의구심이 생겼다. IMO의 선원 관련 안전 시스템이 코로나 사태 당시 선원교대 문제나 백신 접종 등의 과정에서 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현재 시스템이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했을 때, 과연 우리 선원들의 지위를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운항사가 선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현재는 선박관리사가 선원과 계약을 하고 있다. 이 경우 선원과 선박운항사 간의 심리적 연결고리가 희미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IMO의 법규와 ILO의 법규 등이 선원이 자긍심을 가지고 종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반을 제공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저는 IMO에 가자마자 휴먼 엘리먼트 인더스트리 그룹(Human Element Industry Group)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19년에 IMO에 7개 정책 과제 중 선원 문제를 추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IMO와 ILO의 협약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는다는 게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때때 ILO나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소통하고 교류하였지만, 시스템 상으로 선원을 지켜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있었다. 이에 지난 해 11월 IMO와 ILO가 사상 최초로 연합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이 문제들을 여러 가지 장르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여기서 수많은 문제들을 있음을 확인했는데, 앞으로 IMO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흐름에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선원 정책 차원에서 IMO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아까 성과 얘기에서 빠졌는데, 전 세계 해운계에서 여성들의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는 시작을 임기 중에 하게 되었다. 지난 2019년 IMO의 캐치프레이즈는 ‘Empowering Women in the Maritime Community’였는데, 이 활동 이후부터 전 세계 여성들의 해운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증폭되었다. 특히 IMO본부가 있는 런던에서는 이 활동으로 해운 외에 일반 외교가에도 여성 진흥 운동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성과가 계속 유지되려면 선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취재 및 사진 이일우 국장)
- 8년의 임기 성공적으로 마무리
- 선박 기후변화 정책 채택 최대 성과, 향후 개도국 지원 등에 힘쓸 것
세계 해양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에 한국인 최초로 당선되어 지난 2016년부터 직무를 수행한 임기택 총장이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임 총장은 귀국과 동시에 오랜 기간 교분을 가져온 바 있는 해운 전문지 기자단을 초청하여 귀국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세계해사대학(WMU) 동문 송년회와 겸하여 개최된 이날 간담회에서 임기택 총장은 지난 8년간 IMO에서 거둔 성과와 함께 향후 IMO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퇴임 후 세계 해양 대통령을 역임한 경륜을 사용하여, 개발도상국의 해양 산업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음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임기택 전 IMO 사무총장과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 지난 8년간 노고가 많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 드리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제가 IMO 총장직을 내려놓더라도 명예총장직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IMO 및 해운・해사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지원하려고 한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저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 우리 선원들의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다.
· 지난 8년간 IMO 총장직을 수행하는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또한 향후 IMO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언해 주신다면.
선박의 기후변화 정책을 채택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선박의 기후변화 정책은 해운과 항만, 조선까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 이 기후변화 정책을 지난해 7월 175개 해운국과 만장일치의 합의를 이끌어 내어 채택하게 되었고, 이를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선박의 자동화를 포함한 디지털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IMO가 선박의 기후 변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박의 디지털화와 관련한 중장기 전략도 수립하였다. 이 또한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항만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과정에서의 성과도 있었다.
IMO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안하자면, 그동안 IMO는 규제를 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규제와 함께 세계 해운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프로모션, 즉 진흥의 역할도 IMO 헌장에 들어가 있다. 앞으로 IMO는 이 부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계 진출이나 해수부장관 등에 대한 러브콜을 받으신다면.
IMO에서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과 함께 지원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다. 특히, 제가 8년 동안 에너지를 쏟은 선박의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정책 외에도, 세계 2/3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이 어떻게 국제 협약에 대해 흡수를 해 나가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키워나가느냐에 대한 지원에 노력을 쏟아낸 바 이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게는 기적의 표본으로 되어 있다. 그 발전과정과 함께 IMO의 사업을 엮어서 개도국 지원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지난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80차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큰 합의를 이끌어 내셨다. 트레이드윈즈 같은 국제 언론에서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에 총장께서 엄청난 포용력을 발휘하셨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 원동력이 있었다면.
정책과 관련한 대립이 단순하게 개도국과 선진국으로만 나눠진 게 아니라, EU의 입장, 산유국의 입장, 일부 먼 지역 나라들의 입장, 개도국의 입장, 미주 대륙 국가들의 입장이 다 달랐다. 그 과정에서 주장을 숨기고 있는 대다수의 개도국을 감싸 안지 않고서는 합의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어떤 일이든 간에 상호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 없이는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에,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그 사람들이 각자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특히 개도국은 산유국과 달리 피해의식이 많다. 선진국에 대해 상대적인 아픈 사연들도 많다. 그런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개도국이 이 과정을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해주었다. 동시에 선진국에 대해서는 (제가 인기가 없어 질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직설적으로 개도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렇게 좁혀가는 과정을 실행하다보니, 많은 국가들이 서로 공감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모아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대한민국 정부도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노력을 해주었고, 이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향후 개발도상국의 역량 개발과 관련해 기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기여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지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개발도상국에서 해운만 국한해서 보면 기후변화 전략, 선박의 디지털 문제, 항만 디지털 문제, 싱글윈도우 등의 부분을 도울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개도국에게는 이 모든 게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정부의 해양 관련 행정 체제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국가가 매우 많다. 반면 대한민국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많은 해양수산 인프라가 깔려 있어 그런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다. 또한, 다른 나라의 항만 수요가 크게 늘어가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항만을 건설하고 개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를 각 선진국들의 ODA사업을 활용해서 연결시킬 수 있다. 아울러, EDRD나 ADB 등 세계 금융기구를 개도국과 연결시킬 수 있는데, 그 연결 고리에 IMO가 중간브로커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진국 중에 재정을 낮게 잡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이 국가들을 설득하여 A개도국과 선진국이 A파트너십을 구축해 서로 투자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기술 훈련 등에 대해 WMU, 해사대학 등에 대한 지원이나 자본과 인프라에 대해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IMO가 중간자 역할을 하여, 회원국-회원국 간, 회원국-금융기관 간 연결, 그리고 IMO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 개도국 지원이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생각 이상으로 여건이 취약한 현실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에게는 당연한 부분이 개도국에게는 매우 어려운 영역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지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 대체연료 선박과 관련해서 중소선사들이나 개발도상국 선사들은 바이오연료를 기대하고 있다. IMO에서는 바이오연료가 과연 대체연료로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박회사에서는 구체적인 연료를 정해서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IMO는 그렇게 접근하고 있지 않다. 왜냐면 대안이 여러 개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MEPC를 통해 채택된 기후변화 정책 내용에 보면, IMO는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CO2 성분이 몇 %까지냐는 성분의 레벨을 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 기준에 적합하다면 어떤 연료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IMO가 수립한 전략은 CO2 기준을 잡는 것과 함께 카본 프라이싱 경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경제 조치가 예정대로 2027년부터 들어가면, 언제 선대를 개편해야 할지에 관한 시기도 예측이 가능하다. 선박 업계에서 시기에 맞춰 대체연료 선박을 발주하게 될 경우, 에너지 벙커링 업계도 그에 맞게 생산 시기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브라질은 정권 교체 이후 에탄올에 대한 기대가 크고 역량도 빠르게 강화해 나가고 있다. 수소 생산도 확산되고 있는 등 생각보다 유럽과 개도국이 연결된 가운데 대체 에너지 생산 활동이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7월 정책 채택 이후 집행 시기가 나오고, 2030년 타깃, 2040년 타깃이 나오니까,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계산이 거의 되어 있다. 그에 따라서 에너지 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다. 해운 선사들은 다소 혼선이 있겠지만, 결국 진행된다고 본다. 지금 해운 업계는 상당히 크리티컬한 상황이다. 성장과 하락의 기로에 서 있다. 업계와 정부의 통합적인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모든 요소가 다 갖춰져 있다. 중소업계의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정으로 보고 있다.
· IMO는 과거 소말리아 해적이 기승을 부릴 때 역할을 해온 바 있다. 최근 예멘 반군 문제로 수에즈운하가 마비되고 세계적인 공급망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IMO가 군사적인 조치에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역할들을 할 수 있을지.
서아프리카만 해도 지난 2년 전까지 매우 악화된 상황이었다. 그 때 다행히 IMO와 인접국가인 나이지리아 등이 강도 높은 대응책을 준비했었다. 그래서 걸프오브 기니의 해적 문제는 지금은 통제의 범위 안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홍해 문제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무장단체인 후티는 UN의 직접 대화 상대도 아니다. 후티 측은 자신들이 공식 입장의 정부 기구라고 생각하지만, UN에서는 공식 협의 대상이 안 되는 상태에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12월 초에 IMO에서 강한 성명서를 낸 바 있다.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를 합친 지부티 코드 오브 콘덕트(Djibouti Code of Conduct, DCoC)라는 협정이 있다. DCoC에 소속된 약 20여개 나라가 IMO의 성명서를 바탕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자체적으로 10개 정도의 조치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홍해의 상황이 악화가 되어 지난달 18일 IMO가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인근국가인 이집트와 사우디, 예멘 등의 대표와 IMO가 함께 긴급 대응반을 만들어 UN본부와 UN총장실, UN무역개발회의(UNCTAD) 등과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분쟁지역에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 국가들과 소통을 하면서 강력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런 가운데 회원국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고 있지만, 중동 지역은 정치 외에도 종교적인 문제도 함께 들어가 있어 다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 IMO는 비상 체제를 계속 가동하고 있으며, 후임 사무총장도 긴급 체제를 이끌고 나갈 예정이다. 우리 군도 작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우리나라가 해운 강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해운업계에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조언해 주신다면.
IMO 회원국이 175개국인데, 우리나라처럼 포괄적으로 해양업무를 관장하는 정부 부처(해양수산부)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매우 소수이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같은 정부 부처가 있는 나라도 해운 업무까지 관장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해양수산부와 관련된 각종 기능적 생태계가 대한민국처럼 잘 되어 있는 나라 또한 거의 없다. 저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운 관련해서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고 금융 등의 지원도 매우 훌륭하다. 이런 해수부의 역할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업계 입장으로 보면, 우리 해운이 세계 해운을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본다면 지금 매우 잘하고 있다. 전 세계의 해운은 무역과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 역사나 경제 규모 등을 볼 때,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을 어떻게 갖고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많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해양 무대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소위 K-컬쳐의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해외에서는 훨씬 크게 체감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해양 생태계를 가진 대한민국 해운이 글로벌 무대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여러 가지 형태를 통해 대한민국 해운과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더 확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선원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큰 의구심이 생겼다. IMO의 선원 관련 안전 시스템이 코로나 사태 당시 선원교대 문제나 백신 접종 등의 과정에서 많은 사연들이 있었다. 현재 시스템이 코로나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했을 때, 과연 우리 선원들의 지위를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운항사가 선원과 직접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현재는 선박관리사가 선원과 계약을 하고 있다. 이 경우 선원과 선박운항사 간의 심리적 연결고리가 희미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IMO의 법규와 ILO의 법규 등이 선원이 자긍심을 가지고 종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기반을 제공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저는 IMO에 가자마자 휴먼 엘리먼트 인더스트리 그룹(Human Element Industry Group)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19년에 IMO에 7개 정책 과제 중 선원 문제를 추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IMO와 ILO의 협약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는다는 게 코로나 펜데믹을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코로나 사태때때 ILO나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소통하고 교류하였지만, 시스템 상으로 선원을 지켜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가운데 있었다. 이에 지난 해 11월 IMO와 ILO가 사상 최초로 연합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이 문제들을 여러 가지 장르로 나누어 논의를 했다. 여기서 수많은 문제들을 있음을 확인했는데, 앞으로 IMO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흐름에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이 선원 정책 차원에서 IMO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아까 성과 얘기에서 빠졌는데, 전 세계 해운계에서 여성들의 참여 폭을 넓힐 수 있는 시작을 임기 중에 하게 되었다. 지난 2019년 IMO의 캐치프레이즈는 ‘Empowering Women in the Maritime Community’였는데, 이 활동 이후부터 전 세계 여성들의 해운에 대한 참여와 관심이 증폭되었다. 특히 IMO본부가 있는 런던에서는 이 활동으로 해운 외에 일반 외교가에도 여성 진흥 운동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런 성과가 계속 유지되려면 선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취재 및 사진 이일우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