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공동행위가 나쁘다는 선입견 버려야

취재부
2021-12-14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그 가운데 기자가 어느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의 공약 소개를 듣다가 집중하게 된 부분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모 후보 캠프에서 중소기업과 관련한 공약을 소개하는 가운데, 이런 멘트를 듣게 되었다. 

“현재 원칙적으로 공동행위를 금지하게 되어있지만, 중소기업에 한해서는 제한적으로라도 공동행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코로나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 상생·발전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 종사자의 연봉도 올라갈 수 있다. 중소기업 연봉이 올라가면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취준생들이 중소기업으로도 눈을 돌릴 수 있어 2030세대의 취업난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담합이 아닌 상생의 개념으로 제한적으로라도 중소기업의 공동행위를 허용해야 한다.” 기자는 특히 담합이 아닌 상생의 개념으로 공동행위를 허용해야 한다는 캠프 관계자의 멘트가 매우 공감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 하나의 힘으로는 대기업 공룡의 파워를 감당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누구든지 내고 있다. 결국 그 목소리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다소 법으로 명시된 부분을 조정해서라도 중소기업을 상생발전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동행위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오랜 기간 국내 기업들은 여러 가지 불법적인 방법으로 소위 담합으로 불리는 공동행위를 해왔다. 그 가운데 정치권과의 결탁이나 로비 등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공동행위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가 되었고, 일단 공동행위를 하는 기업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기업의 부정을 파악하여 제재를 가하는 공정위가 그러함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공동행위나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특히, 우리 해운업에서의 공동행위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해운에서 공동행위가 빠지면 독과점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산업의 발전이 아닌 퇴보를 가져온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유일한 선사는 아무런 제재 없이 운임을 끝없이 올릴 수 있게 되며, 화주는 어쩔 수 없이 그 운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산업 전반의 폐해를 막기 위해 해운업의 공동행위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전반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공동행위에 대한 선입견도 버려야 하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정서는 해운업의 공동행위는 불법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의 전환이다. 

심지어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아주 오래전 공정위에서 허가한 바 있다. 해운법 29조에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공동행위를 할 수 있고 가입 및 탈퇴를 부당하게 제한하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공동행위와 관련한 제재 등의 조치는 해수부 장관이 해야 하며, 이를 해수부 장관이 공정위에 통보한 이후에서 공정위에서 키가 넘어간다고 또한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58조에도 공동행위라도 타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는 법적용에서 제외한다고 또한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과거 80년대 초반 경제기획원 산하에 있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미 해운업의 공동행위를 인정했다는 문서 기록이 있으며, 1998년 카르텔 일괄 정리 당시에도 해운업에 대해서는 공정위 측에서 공동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이렇게 공동행위 자체가 필요한 영역이 있고, 해운업의 공동행위에 대한 법적인 명확한 근거가 있음에도, 심지어 과거의 공정위가 해운업의 공동행위를 허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재의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의견을 견지하고 있음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과징금 부과에 대한 논리적 뒷받침을 제대로 하고 있지도 안다. 최근 해운업계에서 공정위를 두둔하고 있는 국회의원에게 “그렇게 공동행위를 막아서 결국 단 하나의 해운회사만 살아남아 유일하게 남은 기업이 독과점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하니 그 의원은 미국의 AT&T의 예를 들며 그 회사를 반으로 나누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업계에서 다시 알아보니 그런 예는 AT&T하나일 뿐, 기업을 반으로 나누는 걸 성공한 다른 예는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그 의원에게 AT&T가 유일한 예라고 말하며, 결국 기업은 분리하지도 못한 채 공동행위 금지로 기업이 하나만 남아버리면 그 독과점은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다시 물으니 그 의원은 “그건 철학적인 문제”라는 무슨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했다고 전해들은 바 있다. 전형적으로 정치적인 모호한 수사로 넘긴 건데, 이처럼 본인들도 과징금 부과에 대해 더 이상의 논리를 전개할 수 없음을 알고는 있는 듯하다. 

자꾸 대선 후보 얘기를 하게 되는데, 최근 모 대선 후보는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의원들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이런 멘트를 한 바 있다. “국가 아래 공정위가 있지 않다. 그리고 국민과 더 가까이 있는 국회의원들보다 공정위가 앞서가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심사숙고하여 행한 입법 활동이라면 굳이 공정위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라는 멘트로 기억된다. 물론 해운 과징금 부과와 관련하여 말한 건 아니었지만, 공정위의 눈치를 보는 입법부의 모습은 잘못되었다는 의견이었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농해수위 소위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은 공정위의 입장과 관계없이 통과되어야 한다. 오랜만에 여야가 같은 의견으로 통과시킨 만큼 공정위나 정무위원회 눈치 보지 말고 본회의를 통과하길 기대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서는 부디 공정위가 공동행위는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자신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진정한 상생을 위해 열린 자세를 견지해 주길 바란다. 비단 해운업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산업의 존립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드리는 조언이다.

- 이일우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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