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당연히 해운 산업도 선진국화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한국 해운이 양적으로는 선진 해운국의 외형을 갖추었지만 질적으로 선진 해운국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엄격히 말해서 내용적으로는 한국 해운 산업은 선진화가 되어있지 못하다.
원인은 우리 해운계 자체에 있지 않다. 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부인 못할 엄연한 사실이다. 외부적 요인이 너무나 척박해서 한국 해운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지적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사안이 바로 해운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다. 세 부류로 나누어 보면 첫째 일반국민, 둘째 대중매체, 셋째 비해운당국의 관료들이다.
우선 일반 국민들의 해운에 대한 바르지 못한 시각은 상당수의 국가 지도자들 때문이다. 먼저 조선왕조 시절에 해상 종사자들을 지극히 천대시 했다. 광복 후 민주화와 자본주의가 정착된 뒤에는 다수의 대통령들에 의해 해운 산업의 중요성이 도외시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항해운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나 비중에 대한 바른 시각을 지니지 못했다.
그 좋은 예로 해운 행정을 교통부 소관으로 한정시킨 점이다. 이는 해운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해운 산업의 중심을 무역 물동량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해운인만큼 화물 운송에 정책적 초점을 맞추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여객 운송에 좀 더 관심을 가짐으로써 해운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시각을 입증한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같이 한국의 해운 산업을 교통 행정의 하나로 간주하다보니 일간지 등 대중 매체의 사회부 소속 교통부 담당 기자들이 주로 해운계를 취재하는 패턴이 이미 고착화되어 버렸다. 당연히 해난 사고와 도서민 교통 및 불편 등에 치중, 보도하는 경향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려오고 있다.
이렇게 해운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결여된 기자들은 세계적으로 당연시하고 있는 정부의 외항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을 그저 비판 위주의 시각으로만 기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해운계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황당무계한 기사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경제 일간지 기자들이 해운을 완전히 이해해서 제대로 쓴 기사를 작성하는지도 역시 의문이다.
대중 매체 기자들보다 더욱 한심하고 비뚤어진 해운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지닌 부류가 바로 비해운 행정 부서의 관료들이다. 가장 좋은 예가 이 정부의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위의 운항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여 움직임이다. 민주화가 크게 진전된 북미 및 유럽 다수의 국가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외항해운업에 대해서만은 공정 경쟁을 적용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복 과잉-운임 하락-선복 축소-운임 폭등이라는 등식이 되풀이 되면 무역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됨은 일찍부터 경험, 운임 동맹이나 공동 운항 같은 외항선 운항사들의 카르텔을 허용해 왔음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정위 관료들은 이 같은 외항해운의 역사적 발전과정이나 특성 등에 대해 무지하다보니 세계에서 유래 없는 과징금 부과라는 어처구니없는 해프닝까지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공정위의 해운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은 전 세계적으로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만약 외국적 운항사에 과징금을 부과한다면 국가 간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100%이다.
이런 상황이야 말로 한국 해운이 선진화로 나아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국민들의 시각을 바로잡는 일은 시간이 소요된다. 차근차근 해운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야 한다. 그런데 잘못된 해운 기사가 넘쳐나고 또 공정위의 엉뚱한 결정 등이 국민들에게 해운에 대한 바른 시각 형성을 가로막고 있으니 이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새 정부가 들어설 터인데 이를 계기로 국민, 언론, 관료들의 해운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 바로 잡혀지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