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끝내 버티면 호황은 온다

취재부
2021-11-02
최근의 국내외 외항해운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두 가지 해운적 단어가 떠오른다. 동시에 두 가지 해운적 문장도 생각난다. 두 단어는 시황 회복 그리고 선혼이다. 두 문장은 “버티는 해운업자에 길이 열린다.”와 “불황이 깊으면 호황이 온다.”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강타할 때는 해운적 상황은 더욱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해운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판국에 코로나19라는 돌발 상황까지 겹쳐 세계 경제는 곤두박질 칠 것이고 교역량 또한 침체를 면치 못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복지 차원의 정책으로 돈을 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당초의 예상과는 조금 빗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노동 인력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저개발국 또는 개도국 해외 취업 인력들이 자국으로 돌아간 뒤 다시 예전의 일터인 국가들로 돌아오지 못하면서 갖가지 돌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지원금 살포로 인해 내수시장이 살아나 각종 물품들을 구매하는 여력이 늘어난 반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었다. 주요 수출국들이 제품 생산을 위해 수입 원자재 구매 러시가 일어났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 특히 트럭 운전기사 부족으로 인해 미국 서안 항만에서는 입항 풀 컨선들이 외항에서 대거 대기, 선혼 사태가 야기되었다. 마치 70년대 말 부터 80년대 초 까지 오일 달러 특수를 누린 중동 각 국가들이 상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외항선으로 극심한 선혼 현상이 일어났던 것을 연상케 했다.

게다가 중국이 석탄 생산을 제한, 전력 공급이 딸려 정전 사태가 일어나 다수의 생산 공장들이 가동을 못하게 되자, 주요 상품들의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해외에서 생필품 구입에 더욱 박차를 가해 그동안의 극심한 세계적 해운 불황은 일시에 호황국면으로 전환되어 버렸다. 한국 외항해운계도 마찬가지로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해운 시황 회복과 선혼 사태 얘기로 대표되는 두 단어는 동시에 두 문장으로 이어졌다. 특히 끝끝내 버티는 해운업자에 길이 열린다는 오래된 해운적 교훈이 실현된 것이다.

먼저 끝날 줄 모르는 지속적 해운 불황으로 상당수의 선주들이 도산한 상황이어서 해운 시황은 당분간 회복 국면을 유지할 전망이다. 여기서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그동안 언젠가 시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지만 그런 긍정적 가능성을 붙잡고 버티고 버텨온 외항선 운항사들은 호기를 맞을 것이다.

반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손을 들어버린 해운 회사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 통탄을 금하지 못하리라 짐작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자하는 부분이 있다. 한국 선주들은 물론이고 외국의 선주들 중 단순히 해운적 상황, 즉 물량 부족과 경쟁 격화로 도산하기 보다 비해운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 쓰러진 선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해운 불황에서 한국 선사는 물론이고 다수의 해외 선주들이 보여주었던 공통분모이기도 했다. 해상 물동량 확보가 여의치 않다보니 부동산 투기, 해운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제조업 분야 진출, 심지어는 증권투자까지 손댄 대주주가 운영하던 해운회사들은 절대 끈질기게 버티는 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한 순간에 도산해 버렸기 때문이다.

세상만사가 다 그러하듯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장수하기 마련이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묵묵히 해운 경영에 몰두하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 견뎌내면 고진감래의 열매를 얻게되는 것이다. 이런 버티기 전략은 특히 윤리 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대주주들이 버티고 있는 선박운합업체들만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해운기업을 사유화,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서는 인내의 동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닌, 많은 임직원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굳은 의지야말로 끝끝내 버텨내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각고의 노력을 경주, 지금까지 살아남은 한국 선주들이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는 기쁨의 세월이 될 것이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고 버티는 자만이 해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교훈이 입증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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