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 칼럼] 시인 해운인과 해운 기자(2)

취재부
2021-10-12

해운 주간지 공채 기자로 입사한지 13여 년 만에 대표이사 사장(발행인)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대주주 회장 밑의 피고용인이어서 한계가 많았다. 무엇보다 오너 회장이 회사를 사유화, 회사 공금을 마치 자신의 주머니 돈 인양 마구 가져다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했다.

여러 번 조심스럽게 건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즈음 오랜 고향 친구의 동업 제의를 받아 함께 신생 해운 주간지 발간에 나섰다. 하지만 믿었던 동업자 친구의 배신으로 그 때까지 쌓아 놓았던 모든 것을 잃는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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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신장(콩팥)이 망가졌고 망막에도 문제가 생겼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피고용인 편집국장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부터 주 3회의 혈액투석을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1992년 2월 오늘의 무역운송신문을 인수, 오너형 발행인이 되었다. 몇 년 정도 고생 끝에 회사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과거 신입기자로 채용, 가르치고 돌보았던 친구가 필자를 배신한 친구의 해운 주간지에서 취재팀장으로 근무하다 필자를 찾아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은근히 정에 약했던 필자는 이 요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IMF 사태를 겪어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시점에서 건강했던 아내가 생사기로에 서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믿었던 간부급 직원이자 필자가 두 번이나 채용했던 친구가 회사를 나가고 거래선의 90%를 가로채면서 독립했다.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어쩔 수 없이 공대를 나왔던 필자의 아들이 회사에 들어와 편집 겸 취재 기자로 근무시켜 무역운송신문을 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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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여곡절을 거치다 보니 심신이 피곤해짐은 당연지사였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무너졌다. 물론 몇몇 원로 해운 경영인들과는 여전히 좋은 교류를 하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운이 떨어진 상태였던 2010년 유니버살로지스틱스그룹의 이용기 회장을 만났다.

평전 집필을 위해 한 달에 두 서너 번은 반드시 만나 취재를 했다. 첫 날 이 회장은 필자를 L호텔로 데려가 점심을 대접해 주었다. 이후 매번 만날 때 마다 식사를 대접받았다. 이처럼 이용기 회장은 필자에게 진심어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식 문단에 등단한 경력이 말해주듯 필자와 같이 글 쓰는 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남달랐다. 무엇보다 이 회장과 필자는 소통이 아주 원활하여 대화가 즐겁기 한이 없었다. 특히 70년대 한국 해운계의 특성과 그 당시 근무했던 해운인들에 대한 언급이 아주 즐거웠다.

마침내 2013년 ‘청해 이용기 평전’이 발간되었다. 이어 이용기 회장이 팔순 및 평전 발간 축하연이 63빌딩에서 개최되었고 필자도 참석, 축하 인사 소감을 공개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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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기 회장은 1934년 5월 경남 김해에서 출생, 국민학교(초등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가 해양대 11기 항해학과를 졸업했다. 해양고교 교사를 거쳐 협성해운 소속 선박의 항해사로 근무했다.

그 후 육상근무로 전환, 협성해운 부산 본사를 거쳐 인천사무소 소장을 역임한 뒤 본사 상무이사로 근무하다 1980년 차터링 회사 한국유니버살해운을 창업, 독립했다.

이후 선박운항업을 비롯해서 대리점업, 차터링업, 포워딩업, 항계내업, 그리고 항공업에 이르기까지 10여개 업체를 창업, 유니버살로지스틱스그룹의 회장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인으로 정식 등단, 시집 ‘강물은 흐른다’를 발간했다. 아래는 이용기 회장의 대표시인 ‘강물은 흐른다’이다.

 



강물은 흐른다

 

석양의 강가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취한다.

노을빛에 물든 강물이

금빛 물결 되어 찬란하다

 

아래로만 흐르는 강물은 역류를 모른다.

한번 가면 되돌아오지 못하는 인생과 같이...

 

때론 예쁜 꽃잎 띄우고 유유히 흐르지만

때론 노도 같은 격류 되어 표효한다.

때론 푸른 숲 속을 노래하며

아름다운 새소리와 벗하여 즐겁게 흐르지만

때론 깊은 소(沼)에 갇혀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행복했던 나날들을 그리며 고독에 잠긴다.

 

태풍과 폭우가 계곡을 덮치면

강물은 급류를 타고 다시 흘러간다.

단절 없는 험로(險路)를 따라 흐르고 흐르며

강물은 성숙되어 보다 넓은 곳으로 흘러간다.

높고 깊은 계곡에서부터의 온갖 여로(旅路)는

이제 아름다운 추억과 연민의 정으로만 남으리라.

 

강물처럼 흐르는 인생

흘러가는 강물에서 자화상을 본다.

세월도 인생도 그렇게 흘러왔고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마는 것을...

 

(어느 해 五月 석양의 양수리 강가에서 靑海 안토니오)

 


- 이종옥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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