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 칼럼] 해운 기자와 선비 정신

취재부
2021-09-14

해운 전문지 분야에 몸 담은지 햇수로 49년이 되었다. 이 중 일선 취재기자로 10년, 나머지는 편집국장 편집인, 발행인의 직위로 근무했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원로 해운인 평전 및 장수 해운 기업 역사(예를 들어 범주해운 50년사) 집필자로 지내왔다. 이 중 가장 활기차고 즐거웠던 시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일선 해운 기자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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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중위로 전역했던 70년대 초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ROTC 장교 전역자에 한정해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특이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경제 성장에 따라 기업 규모가 크고 종사자들이 엄청나게 많아져 ROTC 장교 같은 인력관리 경험자들을 선발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어느 대기업 공채시험에 합격, 신체검사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해운 주간지 공채 신입 기자를 택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글 쓰는 직업인 기자직에 대한 호감이었다.

그러다 친형이 중앙일보 간부로 근무한 적이 있어 종합 일간지 신입 기자들의 황폐한 삶과 처지를 십분 이해하게 되어 대중 매체 기자는 사양했다. 그리고 한국 해운 최초의 주간지라는 상징성이 마음에 들어 대기업 취업 동기생들이 받는 급여의 3분의 1 수준을 감내하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해운기자가 되었다.

어려서 부터 누구의 지시를 받거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다. 무엇보다 상사로 부터 질책을 당하거나 인격적으로 무시를 받는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고 또 기자라는 직종을 택했다. 물론 그런 예상에는 상당한 착각과 오해가 나타났음도 물론이다.

한 가지 글을 쓰는 직업이라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참으로 잘 선택했다고 생각된다. 후회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필자의 유년 시절의 경험과 기질, 그리고 집안 내력과도 연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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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역사, 문학 등을 필두로 인문학적 부분에 큰 관심과 흥미를 가졌다. 역사 소설에 심취, 한국의 역사 소설가들이 집필한 역사 소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조선왕조 시절의 선비들에 대한 관심도 아주 높아졌다. 부친이 서적을 좋아해서 항상 책을 가까이 했을 뿐 아니라 일가친척 중에는 대학교 학장, 대학 교수, 언론인 등 인문학 분야 종사자들이 아주 많았다.

무엇보다 필자는 시와 소설, 역사 서적, 철학 및 교육 관련 서적 탐독에 몰두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글 쓰는 일이 가장 좋았고 가장 잘했으며 가장 보람 있어 했다. 이를 촉발시킨 내면, 즉 필자의 정신적 바탕이 바로 ‘선비정신’, 그것도 진정한 선비 정신이었다.

선비는 우선 대의를 항상 추구하는 군자형 선비와 이로움을 따라 다니는 소인배형 선비가 있었다. 또 출세와 명예를 위해 아첨도 서슴지 않는 사이비 선비와 임금이 주는 벼슬을 사양, 향리에서 학문과 덕망을 쌓은 일에 매진하는 진정한 참 선비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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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람직한 진정한 선비는 임금이 내린 벼슬 등 사람이 주는 직위(벼슬)를 고사하고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출세를 연연치 않은 처지를 하늘이 내린 벼슬(천작)을 감당한다고 간주한 선비들이다.

또 과거에 급제, 임금이 내린 벼슬을 영위하되 대외에 입각, 처신하고 할 말을 하는 곧은 성향의 선비도 참 선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개인 생각이지만 글을 쓰는 해운 기자도 옛 선비들, 그중 진정한 참 선비의 기질과 성향을 목표로 하면서 기자직을 수행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21세기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 하에서 조선왕조 시절의 천작을 지향하는 선비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출세보다 벼슬을 내린 임금에게 충성하되 직언을 아끼지 않음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벼슬을 무기로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돌보는 진정한 참 선비들의 정신을 지닌 채 글을 쓰는 자세야 말로 설사 그렇게 하기는 어렵지만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현대적 해운기자에게 옛 참 선비들의 학덕겸비(학문과 덕망)는 해운 전문성 확보와 인격적 인간관계를 펼치는 해운 기자로 대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해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기사나 글을 그야말로 산들바람에도 날아가는 낙엽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기 쉽다.

우선 해운 전문성을 갖춘 기초 위에 해운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적하고 해운계의 현안과 문제를 비판하는 해운적 글을 쓸 수 있어야 진정한 해운 기자라 하겠다.

그저 들은 풍월로 해운 교육을 받은 뒤 해운 지식을 표출하는 해운 기자는 되지 말아야 하겠다. 수준 높은 해운 전문 지식도 갖추지 못한 채 비논리적 전개의 글을 작성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해운업계와 관련된 해운 기사와 칼럼, 사설 등을 작성하면서도 해운 기자의 인격과 사상, 특히 옛 선비들의 참 선비 정신이 녹아 있는 글들을 활자화할 수 있다면 해운 기자로서 그것 이상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참 선비들이 학문과 가르치는 일 외에 부모에 효도하고 형제간 우애 깊고 또 이웃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참 선비들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선비 정신을 지닌 채 해운 기자를 영위하는 것과 그저 돈 벌고 잘 지내기 위해 해운 관련 글을 쓰는 해운 기자와는 문장 자체 품위부터 상이하리라 생각된다. 조선왕조 시절 참 선비들의 선비 정신을 이어받아 글을 쓰려는 해운 기자가 많이 양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종옥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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