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운항업체일수록 생명력은 짧다

취재부
2018-02-06
한국 외항해운사에서 나타난 특징 중의 하나가 군소 운항업체들보다 대형 운항 회사들의 도산이 더욱 많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광복 후 지금까지 생성 소멸된 운항업체들의 면모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20세기 동안 국내 1위부터 5위까지의 운항업체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아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해운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예를 들어 대한해운공사, 범양전용선, 삼양항해, 대한해운, 조양상선 등은 모두 사라졌다. 또 21세기 제 1의 운항업체인 한진해운 역시 파산한지 오래이다.
선박 확보에 있어 대자본이 소요되는데다 대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신조 대형 정기선 또는 부정기선 확보가 선결과제라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선대 규모가 대단위 일수록 경영 위험 부담이 높기 마련이다. 이는 국내 운항업체들 뿐 아니라 해외 해운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굴지의 대형 정기선 운항업체들의 운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최초로 해상운송의 컨테이너화를 시작한 Sea-Land도 사라졌다. 또 APL 역시 미국 선사에서 싱가포르선사 NOL에 오래전 넘어간 바 있었다.
또 유럽선사로 OCL, BBS 등과 ScanDutch 같은 컨소시엄들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상호명이다. 일본선사로 Japan Line, Showa, YSL과 유럽과 일본 선사들이 중점이 되어 결성되었던 Trio Group도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정기선의 경우도 세계 제 1의 부정기선사였던 Sanko Line의 부침이 그러하다. 또 말레이시아 국영선사 MISC도 상호 명을 유지하지 못한 대형 운항업체들 중 하나이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형 운항업체일수록 생명력이 길지 못했음이 해운사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 같은 역사적 교훈을 참고, 한국 운항업체들도 용선이나 대선 등 무리한 선대 확보 보다는 낮은 선가의 양질의 선대를 적절히 확보, 대외 경쟁력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해운 불황의 파고를 견딜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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