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해운기업 생명력

취재부
2018-02-06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오스트리아 출신 빅토르 프랑클은 나치 당국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나치 패망 후 1946년에 발간한 '죽음의 포로수용소에서'라는 책에는 의학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연들이 한 둘이 아니다.
그 중 핵심이 체력적으로 탁월, 누가 봐도 오래 버틸 것으로 판단되던 포로도 결코 오래 버티지 못했다고 한다. 또 재기 발랄해서 나치 간수들과도 잘 사귀어 온갖 특혜를 누리던 포로도 결국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고 저자는 회상했다.
가장 오래 버틴 포로는 3일에 한 덩어리 주는 빵 조차 자신보다 연약한 병든 포로에게 양보한, 자제력과 이웃 사랑이 탁월했던 포로들이 가장 생명력이 길었다는 것이다. 이는 의학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정신적 차원의 결말이기도 했다.
해운 불황이 기나긴 터널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자 생존의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해운 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들이 이 어두운 불황 속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의 확보와 더불어 영업력 신장이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한정된 한국적 해상 물동량을 놓고 수많은 해운기업들이 집화 경쟁을 하다 보니 이 또한 여의치 않은 편이다.
운영자금 확보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해운 불황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다보니 제 1 금융권은 물론이고 제 2 금융권, 또 주변의 친인척으로 부터 조달한 자금은 남김없이 끌어들여 사용했다고 하자 이 같은 한계 상황에서 어떠한 방책도 없는 해운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해운부대업, 그 중에서도 해상 포워딩 업체들 중에 한계 상황에 내몰린 기업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에게 다름 아닌 빅토르 프랑클의 '죽음의 포로수용소에서'의 생존 유지 방안을 참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반 경영적 이론으로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후의 방책으로 어려운 환경과 여건 임에도 불구, 주변의 소외계층이나 송파 세 모녀처럼 생존 유지가 불가능한 약한 이웃들을 돌보아 주라는 뜻이다. 여유가 있어 도와주는 일은 대부분 자기만족의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계 상황에 내몰린 해운기업이 역시 한계 상황에 처해 있는 불우이웃을 돌보는 자세는 그야말로 진정성이 담보된 기업의 사회적 책무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선한 행동은 예상치 못한 불황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임은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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