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운 칼럼] 해운 경영인의 성공과 실패는 EQ가 좌우한다

취재부
2018-01-02
세계적 명성의 심리학자인 다니얼 골만은 성공한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가 IQ(지능지수)보다 EQ(감성지수)가 높다는 점을 그의 저술에서 지적한 바 있다. 비율로 따지자면 20%(IQ) 대 80%(EQ)로 EQ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EQ가 높아야 성공적 삶을 영위하는데 이를 해운 경영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은 필자는 오랜 해운기자 생활을 통해 직접 체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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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수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인내심과 자제력이다. 또 하나는 인간관계의 성숙도이다. 다시 말해서 성공한 해운 경영인의 대부분은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인내심이나 자제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주변의 해운인들로 부터 친화력이 부족, 인간관계가 삭막했고 인내심이나 자제력도 부족했던 해운 경영인은 대부분 실패한 삶을 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운 기자로 거의 반 세기에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필자는 수많은 해운 경영인들을 만나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해운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인터뷰 등을 통해 활자화한 바 있었다. 이 중 해운 경영적 측면이나 인격적 측면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해운 경영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나마 1세대 또는 1.5세대 원로 해운 경영인들 중 성공적 해운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많다. 이에 비해 2세대 해운 경영인, 특히 2세 해운 경영인들 다수는 선대 창업자가 이룩해 놓은 해운 기업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하거나 아예 간판을 내리게 만든 실패한 해운 경영인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이렇게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EQ를 좌우하는 인내심과 자제력, 그리고 인간관계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해운 기자의 입장에서 EQ의 3대 요소에 기준한 성공한 해운 경영인과 실패한 해운 경영인들에 대해 서술해보고자 한다.
1세대 해운 경영인으로 인간관계가 참으로 원만해서 EQ가 아주 높은 해운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이 바로 60~70년대 한국 해운을 대표했던 대한해운공사의 주요한 회장이라 생각된다.
1900년생으로 4.19 직후 들어선 민주당 정부에서 부흥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한국 최초의 자유시를 발표한 문인이자 언론인이었던 주요한 회장은 해운공사 사장과 선주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따스한 인간관계의 수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 중에는 필자가 직접 경험한 사연도 상당수에 달한다. 구체적 내용은 수 년 전 몇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어 오늘은 생략하겠다.
무엇보다 완전 한글의 자필 원고 작성의 원칙을 신년사 같은 의례적인 글에도 어김없이 적용했던, 그리고 해공의 임직원은 물론이고 필자같은 해운 전문지 기자에게 까지 참으로 따스하고 정겹게 대해 주었던 해운 경영인이 바로 주요한 회장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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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원만했던 또 다른 해운 경영인으로는 2016년 타계한 최경규 회장을 들 수 있다. 주요한 회장과 마찬가지로 전문 경영인으로 해운기업의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끈 후 은퇴한 바 있다. 더불어 조직원들로 부터도 인격적이나 인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공통점이 있다.
최경규 회장은 해운공사 해상근무를 거쳐 고려해운에서 임원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일본 선사 NYK의 한국 대리점으로 고려해운 계열사로 설립된 소양해운에서 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또 대리점선사 단체인 한국선박대리점협회 회장을 맡는 등 성공적인 해운 인생을 살았다.
노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고 강남의 자택에서 모친상을 치렀을 때 필자가 문상을 간 기억이 있다. 필자와 식사할 때면 서로 노모에 대한 대화를 많이 주고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최 회장 현역시절 필자는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불쑥불쑥 찾아가도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던 정겨운 해운 경영인이 바로 최경규 회장이었다.
이번에는 EQ가 아주 낮은 편이 확실했던 두 사람의 2세 해운 경영인 이야기이다. L회장과 Y회장이다. 두 사람 모두 선대 창업자가 어렵게 이룩해 놓은 해운 기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준 실패한 해운 경영인으로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하자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부친의 지나친 과보호로 온실 속에 자란 경우이다. 당연히 인내심이나 자제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인내심이나 자제력은 고난이라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지 않고서는 절대 체득할 수 없는 덕목이다.
창업자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 질곡 많은 한국 현대사의 한 가운데에서 다각적인 고통과 어려움을 겪은 후 해운 기업을 창업했다. 그리고 갖가지 난관을 헤쳐가며 인내심과 자제력이 그 어떤 해운인보다 높고 강했다. 필자가 두 분의 해운 인생을 평전 형태로 연재한 바 있어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터이다.
반면 2세인 L회장이나 Y회장은 부유한 부친 덕분에 어려서 부터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 인내심이나 자제력이 형성될리 만무했다. 게다가 부친이 엄격하게 키우지도 않았다.
자신은 고생을 한 만큼 자녀들에게는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유지해 주겠다는 부정이 지나쳐 즐거운 일이나 재미있는 분야에만 관심을 가지는 성향을 갖게 만들었다. 동시에 임직원을 위해 몸과 마음의 노력을 경주하는 조직관리는 소홀히 했다.
이런 결과로 L회장은 60대 초반부터 해운 단체의 장(長)에 지나친 관심을 가져 회사 경영은 소홀히 했다. 이런 유형은 자신의 비위나 맞추는 아부꾼을 좋아하기 마련이어서 결국 전문 경영인 사장의 개인적 치부로 회사는 대외 경쟁력을 상실, 법정관리를 거쳐 결국 제 3자에게로 넘어갔다.
Y회장도 L회장과 비슷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창업자가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해운 기업을 상속받은 후 형제들과 경영 분쟁을 겪었다. 조금만 양보하고 소통하면 해결될 수 있었건만 인간 관계의 미숙함이 형제간 우의까지 상실하게 만든 셈이다.
Y회장의 이같은 인간 관계의 미숙함과 자제력 부족은 전형적인 낮은 EQ의 인간 표본이기도 해서 일찍부터 필자는 Y회장과 함께 근무한 해운인들로 부터 자주 들었던 얘기이기도 했다. 결국 해운 경영인도 EQ가 낮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L회장이나 Y회장의 사례에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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