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우리의 외항해운업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는 세 가지 강점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선박 운항의 중심축을 이루는 해기사 양성대학인 해양대의 사관학교화였다. 지극히 저렴한 입학금에 숙식이 제공되는 기숙사 생활로 인해 두뇌는 우수하나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은 국내 최상위권 인재들이 몰려들어 입학 성적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당시만 해도 일반 서민들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해기사로서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직업이 각광을 받았다. 셋째는 외국 굴지의 해운기업들이 국내 지사 또는 대리점을 개설, 선진 외국의 경영 기법을 전개하여 역시 국내 우수한 인재들이 입사하기를 원하는 업종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 소득 1만 불이 넘어가면서 해외여행의 자유화, 재벌급 대기업의 등장, 해상 근무의 3D화 전환 등으로 해운업은 선망의 대상은 고사하고 기피 업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들의 해상, 육상 취업도 예전만 같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근자 대졸 신입사원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다소 완화되었다. 그런데도 쓸 만한 인력들이 해운업에 유입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해운업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여전히 바닥 수준을 헤매고 있고, 이를 개선시킬 해운 인력들의 노력도 한계 수준에 다다랐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심각한 해운 불황으로 국내 최대의 해운회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바는 새 정부가 해운업을 국가 기반 산업으로 인정, 중점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일이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정책적 방안이 마련됨을 계기로 전 해운계적 자세로 대 국민 홍보 전략을 수립, 해운업의 성장 가능성을 널리 부각시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해양계 대학 및 고교에 대한 장·단기 육성책 시현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연습실 하나 없는 해양계 고교의 교육 질을 높이고 취업 보장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국내 일반 대학의 해운학과 신설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는 해운 전공 학자들의 양성으로 이어져 시급히 달성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일반 대학에서의 해운학과 신설은 고교 재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해운에 대한 인식 제고에 큰 몫을 담당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해운 관련 연구기관을 비롯해서 해운 단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해운 저변 확대를 위한 연구와 실천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침은 국민들의 해운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정책적 뒷받침 하에 우리 해운계의 자체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해운 회사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업임을 각인시킬 수 있어야 하겠다. 이는 한진해운 사태에서 보여주었던 해운 기업 대주주의 부도덕한 처신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자세라 하겠다.
특히 이 같은 해운 기업 대주주들의 바른 자세는 해운 기업 육성 정책의 당위성과도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국민들의 시각 중 왜 해운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의문 부호를 붙이는 비중을 낮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원해 줄 가치가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뇌리에 확산될 경우 정부의 해운업 지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또 시대적 흐름으로 봐도 이제는 국민적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듯이 국민들의 긍정적 시각이야말로 우리 해운업 성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국민적 지지, 즉 해운업은 국가 경제적 관점이나 한국적 사정으로 육성시켜야겠다는 당위성 확산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제반 사정을 감안할 때 우리 해운업계는 신정부의 출범과 발맞추어 우리 국민들의 시각이 해운업에 호의적이고 긍정적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제 이 기회마저 놓쳐버리면 또 다시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일반 국민들에게 해운업의 강점을 집중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해운 육성책 전개와 해운업의 성장 당위성 확산이 해운업은 진출해 볼 만한 업종임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해운업의 강점이 부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운업은 육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해운업을 지닌 강점 부각으로 연결시킴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정학적 특성이나 경제적 관점에서 해운업 육성은 당연하다는 점이 강화되기 위해서라도 해운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전환해야 할 절실한 시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