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해운기업 문화 계승해야

취재부
2017-11-29
지금은 많이 희미해졌지만 20세기 때만 해도 우리 외항해운계는 뚜렷한 두 가지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나는 선후배 해운인간 돈독한 인간관계였다. 또 하나는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녀 직원간 평등사상이 팽배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선후배간 우의는 해양계 대학의 선후배 질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군 내무반 생활에 버금가는 엄격한 기숙사 생활을 경험한 해양계 대학 졸업자들이 육상 근무로 전환하거나 또 처음부터 해운회사 사무직으로 근무하면서 선배를 깍듯이 모시는 해운기업 문화가 형성되었다.
여기에다 선장 출신 해운인들이 급증하는 운항업체 인력 수요에 발맞추어 해운회사 육상 간부로 전환함을 계기로 엄격한 선상 직원간 위계질서 문화가 육상 근무로 옮겨온 점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여기에다 시황산업인 운항업의 흥망성쇠가 반복되면서 경쟁 해운회사의 간부가 언제 자신의 상사가 될지 모르는 상황도 20세기에는 자주 연출된 바 있었다.
또 많지 않은 해운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해운인들간 공적∙친목적 교류가 빈번해 지면서 좁은 국내 해운기업 임직원간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됨으로써 연장자 해운인에 대한 후배들의 배려가 남달랐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어울려 20세기만 해도 우리 외항해운계는 타 업종에 비해 선배 존중 의식이 투철한 편이었다.
하지만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사회 전반의 개인 이기주의 사상 팽배로 해운계의 선후배간 의식도 현격히 약화되어 예전의 바람직한 해운기업 문화중 하나인 선배 존중 의식이 상당부분 희미해져 버렸다. 무엇보다 선후배 의식이 투철한 1세대 원로 해운인 대부분이 타계 또는 은퇴한 요즈음 우리 외항해운계에는 선후배간 우의를 강조하는 해운인들마저 찾기 힘들어 앞으로의 전망 또한 밝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선후배간 상호 챙겨주고 배려하는 기업 문화의 순기능이 다대해서 우리 외항해운계는 이 전통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무한경쟁의 해운업 특성상 선후배간 돈독한 우의는 과당 경쟁을 자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너 죽고 나 살자는 의식은 결국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결과를 가져옴이 모든 업종의 공통된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세월 해운기업 문화 중 하나인 선후배 의식은 과당경쟁을 순화,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업문화라 아니할 수 없다.
또 하나 우리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해운기업 문화는 남녀 직원간 평등사상이다. 이는 20세기 선박대리점업계의 외국선사, 특히 미주 및 유럽 선진국 해운회사들의 여성 존중 기업 문화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20세기만 해도 한국의 외항해운업은 대리점 선사들이 주도, 이 같은 여성존중 의식은 운항업계에도 자연스럽게 확산되었다.
20세기에만 해도 운항업과 대리점업을 병행했던 해운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구 문화의 특징 중 하나인 남녀평등 사상이 그 어떤 업종보다 해운계에 확산되어 있었다. 그래서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바람직한 해운기업 문화 중 하나를 지적하라고 한다면 여성 존중 의식의 전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해상 포워딩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대량 등장하면서 일부 저급한 해운인들에 의한 여성 비하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모든 업종에서 확산되고 있는 간부 사원에 의한 여성 직원 성희롱 같은 사건이 포워딩 업계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드러내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 해운인들을 찾기 힘들어서 외부적으로 크게 노출되지 않고 있지만 기업 내부적으로 심심찮게 성희롱 사건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해운 단체나 해운 매체에서 여성 직원에 대한 불미스러운 성희롱 사건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구시대적 유물 중 하나인 나이든 임원급 해운인들의 젊은 여성 직원에 대한 성적 추태가 그 좋은 예이다.
부하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하기보다 성적으로 놀려먹거나 과도한 언행을 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여성 비하 의식이 가득차 있는 해운인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이들은 모두 은퇴, 해운계가 보다 정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해운부대업체들 기업주 중에는 여전히 여성 비하 의식을 지닌 인물들이 있어 향후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음도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20세기 해운계에 확산되어 있던 여성 존중 의식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해운기업 문화에도 적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우리 해운계의 바람직한 해운기업 문화였던 선후배 의식 및 여성 존중 사고를 더욱 계승 발전시켜서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는 과당 경쟁 및 여성 성희롱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업 문화로 발전∙계승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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