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해운기업 도산 비극 잦았다

취재부
2018-09-11
반세기에 가까운 오랜 세월 외항해운업계를 지켜보면서 기쁨이나 즐거움보다 안타까움과 서글픈 느낌을 받은 적이 더 많았다. 특히 수많은 임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해운기업 도산이야말로 해운기자로서도 심히 가슴 아픈 일이었다.
특히 사주 창업자와 CEO와 각별한 친분관계를 지녔던 해운기업의 도산은 정말 참기 힘든 서글픈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간혹 비윤리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던 해운기업주가 경영하던 기업이 도산하면 사필귀정이라는 다소 고소한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70년대 외항해운계에 유일한 취재기자여서 새로이 설립된 해운기업들로부터 취재요청이 쇄도한 바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선박 1~2척으로 새로이 운항업을 시작하는 해운기업이 한 달에 한 두 업체는 반드시 등장했다. 이들이 자신들의 창업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국 유일의 해운 주간지 기사면에 게재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해운기자에게 우선 연락을 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등장한 해운기업이 그다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창업기사를 게재해 준 해운기자로서는 역시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신생 운항업체중 인천항에 자사선이 처음 입항했을 때 선상파티를 개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선상파티에도 자주 초청되어 갔다. 해운 취재 기자의 방문은 곧 기사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꼭 와 달라는 창업자의 전화를 자주 받은 바 있었다. 그리고 선박에서 조리된 음식이 아주 맛깔스럽다는 사실을 자주 실감한 바 있었다.
70년대 도산한 운항업체로 근해상선이라는 해운기업이 있었다. 창업자 성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운 주간지 발행인과 친구여서 소개를 받아 취재했던 기억이 있다. 해운 주간지 회사로도 간혹 들리던 해운 경영인이 어느 날 회사를 부도내고 사라져간 모습은 초보 해운기자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70년대 해운기업의 도산은 운항업뿐 아니라 해운부대업, 그 중에서도 선박대리점업체들도 더러 있었다. 기존의 한국 GSA를 맡았던 외국 선주들이 계약 만료 등으로 거래 관계를 단절, 하루아침에 간판을 내리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외국 선주 쟁탈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예를 들어 NYK 한국대리점이었던 대진해운이 그러했다. NYK가 워낙 월드와이드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비, 한국대리점선사 입장에서는 다른 외국선사를 유치할 필요성이 없었다. 따라서 NYK가 다른 한국대리점선사와 계약, 날아가 버리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조그만 또는 중견 외국선주 여러 회사와 한국GSA를 맺은 해운대리점선사는 한∙두개 외국선주가 옮겨가도 생존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수익성 악화로 스스로 문을 닫는 경우는 있었다.
국내에서 운항업체들이 대량 도산이 일어난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바로 84년에 단행된 해운합리화 조치였다. 다른 말로 해운업체 통폐합 조치라고 하기도 했다.
이 조치는 외형적 조건, 즉 보유 선박 톤수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이 때 살아남은 운항업체들이 후일 도산한 사례도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대형 운항업체들이 그러했는데 이는 부실해운업체들이 뭉쳐서 더욱 부실화가 진전되었기 때문이다.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도산한 해운기업들은 운항업의 경우는 대형 업체들의 도산이 두드러졌고 반대로 해운부대업은 소형 선사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이는 시황산업의 일종인 해운업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부대업의 경우, 21세기 이후 외국 선주 및 운송사들이 한국 영업을 현지법인 형태로 변경하면서 대거 발생했음 또한 사실이다.
한국 해운기업 도산의 잔혹사라고 할 수 있는 대형 해운기업(운항업과 부대업) 도산의 실제 사례를 들어보면 가장 먼저 거론할 수 있는 해운기업이 대한해운공사와 한진해운이다.
대한해운공사는 사주가 바뀜에 따라 대한선주로 사명이 변경되었고 5공 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한진해운에 흡수∙합병되었다. 해공이 70-80년대를 대표했던 운항업체라면 한진해운 역시 한국 제 1의 선사였다. 부정기선 분야에서 단연 선두주자였던 범양전용선(범양상선) 역시 회사 주인이 STX그룹으로 넘어가면서 STX팬오션으로 변경되었다. 이 회사 또한 지금은 STX그룹의 도산 이후 팬오션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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