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2자물류 부담금’ 부과법이 필요하다

취재부
2020-05-12

최근 POSCO가 오는 7월까지 통합물류전문자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 해 물류비가 국내 물류기업 수십 개사 매출액보다 많은 규모의 거대 화주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해운·물류업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당장 한국선주협회, 한국해양산업총연함회, 한국항만물류협회, 선원노련 등 이 사안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업·단체들이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청와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POSCO쪽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POSCO의 이런 해운업 진출 움직임은 사실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POSCO는 지난 1990년 대주상선(후에 거양해운으로 변경)을 설립하면서 외항해운업 진출을 모색한 바 있었으나, 당시 해운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해운업법이 개정되어 대량화주가 선사를 운영 못하게 되자 설립 5년 만에 해운업 진출을 접은 바 있다. 그러고도 해운업 진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2009년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대우로지스틱스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역시 해운업계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거양해운 매각 이후 10년 만에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추진했고, 이제 11년 만에 물류자회사를 설립한다 하니, 모든 주기가 10년 만인 것도 참으로 흥미로운 부분이다.

국내 8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수출 물동량의 약 80%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2015년 기준으로 컨 물동량의 약 83%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이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2자물류 자회사들은 수송물량 비딩시 운임인하 강요 및 계약 변경 등을 일삼으며, 이에 비협조적인 선사들에 대해서는 2~5년간 비딩 참여를 제한하는 등 소위 슈퍼갑질의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은 자신들의 절대적인 물량을 국내 선사에게 주지 않고 외국 선사들의 치킨게임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우리 국적선 적취율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원리의 근거를 들면서 형식적인 30%의 과세기준 부과 이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해운·물류업계에서는 꾸준히 이런 악질 대기업물류자회사의 횡포를 막는 차원에서 ‘2자물류 부담금’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우창’의 김용준 변호사가 제시한 부담금 부과·징수 메커니즘에 따르면, 2자물류 업체에게 매출액의 10% 정도의 부담금을 부과하고, 우수선화주인증제도 등과 연계하여 이들이 국적 선사 이용하는 비율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 혹은 면제해 주게 된다. 이런 장치가 만들어지게 되면 해운업 경쟁력이 확보됨을 물론이고, 국내 선사 몰락시 외국 선사의 운임 폭등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 결과적으로는 선화주 모두 상생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선순환구조가 지속될 경우, 정부에서 해운 재건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공적자금도 줄어들어 국가 경제 회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담긴 ‘2자물류 부담금’ 부과법이 발의는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 해 12월 김영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하고, 강창일․김부겸·김종민․김해영·유동수·정성호(더불어민주당)·정은혜·신창현(더불어시민당)·김성찬(미래한국당)·황주홍(민생당)·정인화(무소속)의원이 공동 발의한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부담금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선을 치르는 등 그동안의 복잡했던 국회 상황 때문인지 아직도 소관위 접수에 머물고 있다. 오는 6월에 21대 국회가 새롭게 구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영춘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2자물류 부담금’ 부과법의 내용을 21대 국회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발의하고 통과시켜야만 그나마 POSCO를 비롯한 대기업물류자회사들을 견제하고 우리 해운 산업을 지킬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 해운업계는 21대 국회가 개원되고 농해수위가 구성되는 시점에 적극적인 행보로 ‘2자물류 부담금’ 부과법이 재발의되고 통과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POSCO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나, ‘2자물류 부담금’ 부과법이 그들의 횡포를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제어장치는 될 수 있다. 업계는 21대 국회를 면밀하게 주시하여 우리 해운업계가 대기업물류자회사의 횡포에 신음하지 않도록 법안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나마 먹고 살만한 대기업들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 수준의 이런 행태를 보이는 건 참으로 유감스럽다.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를 모든 국민들의 지혜와 노력으로 함께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이제 그들도 상생의 자세로 업계를 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결국 그들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부디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좋은 법안들이 속속들이 마련되어 우리 업계도 함께 잘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이일우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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