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인 다운 해운인이 줄어들었다

취재부
2020-04-22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해운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해운인들을 취재하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유난히 예전에 비해 달라진 해운인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20세기와 21세기로 나누어 해운인들의 변모를 살펴보면 한 마디로 해운인 다운 해운인이 상당히 적어졌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시대적 배경부터 언급해 봄이 현명할 것 같다. 해운인들의 질적 수준과 관련된 사항부터 지적해 보고자 한다.

질적인 변화에는 학력 수준보다 품성이나 인격적 수준에 중점을 맞추어 볼 때 오늘의 해운인들이 과거 20세기 해운계에서 활동하던 해운인들에 비해 뒤 떨어진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970년부터 한국의 외항해운은 중흥기를 맞았다. 이런 흐름은 90년대까지 이어졌고 이 때 해운계에 활발히 해상운송 서비스업에 종사했던 해운인들은 우선 해운 전문성이 탁월했다. 이에 따라 고객인 하주들을 해운 전문성에서 압도한 바 있다.

단 적인 예로 80년대 해상 물동량이 급증세를 보이자 대형 하주 회사 등 대부분의 무역업체들이 해운 업계 경력자들을 선적 부서의 책임자로 스카우트, 해상운송 서비스 업무를 총괄케 한 일이다.

20세기 해운인들의 우수성은 무엇보다 해양계 대학, 대표적으로 해양대 졸업생들이 국내 어떤 분야의 종사자들 보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입학 시 국내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해양대에 응시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졸업 후 국내 해운사 신입사원으로 육상 근무를 하거나 승선 후 선기장 등 경력을 쌓은 후 국내 해운 회사의 간부진으로 근무하면서 20세기 국내 해운인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짐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1982년으로 기억되는데 국내 모든 해운 기업 및 해운 단체의 임원급 이상 CEO까지 학력, 경력, 연령 분포들을 조사, ‘해운인이라는 연재물을 해운 주간지에 게재한 적이 있었다. 이 때 국내 해운기업들 CEO는 절반이 해양대 출신이고 나머지 절반은 서울대 출신이었다.

동시에 국내 해운회사 임원들 중 대학별 분포를 살펴보았더니 해양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특차로 해양대를 입학했던 우수한 인재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결과로 20세기 한국 해운계 종사 해운인들은 해운 전문성만 탁월한 것이 아니라 인격적 측면에서도 흠잡을 곳이 없는 세련되고 신사적이었으며 친화력이나 유연성이 아주 뛰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로 넘어 오면서 국민 소득이 선진국에 근접하면서 승선에 따른 해상 운송 근무가 3D업종의 하나로 간주되면서 예전의 우수한 인재들 유입 자체가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이에 따른 현상 중 하나가 국내 해운계에 최고 수준의 인재 유입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 해운 불황으로 국내 해운계가 고전하고 있고 한국 제일의 선사인 한진해운 같은 대형 해운기업들마저 도산하는 상황이 국민들 뇌리에 각인되고 말았다. 당연히 우수한 대학의 졸업자들은 재벌기업이나 대형 기업으로 모두 방향을 전환했다. 그렇다고 해운계에 우수한 인재가 전혀 유입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우수 인재들의 해운계 유입 제한에 따라 21세기 해운인들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품성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예전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부분이 해운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는 것이다. 정신적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취약해져서 해운인다운 해운인으로서의 품성이나 품격을 잃어버렸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해운기업 내 조직 생활이나 고객인 하주들과의 인간관계에서 유연성이나 자제력이 크게 부족, 갖가지 문제를 야기한 해운인들이 20세기에 비해 아주 많은 편이다.

동시에 입사한 해운회사에서 끝까지 근무하는 주인의식도 많이 희미해져서 이직률이 아주 높아지고 말았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운 전문성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해운인들이 양산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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