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 우한지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을 막지 못해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기자가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400여명을 넘고 있다. 중국 외에서도 홍콩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제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은 중국을 넘어 세계로 흘러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무척 바이러스의 창궐을 잘 막아가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24번째 확진자가 발견되긴 했으나 대부분 전수조사 등 대응플랜 가동에 의해 발견한 확진자들이라 동선 파악도 제대로 되고 있으며, 확진자가 지나갔던 곳은 즉각적으로 폐쇄조치하고 방역을 실시하는 등 유례없는 수준의 국가적인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차츰 확진자의 완치 소식도 들리고 있고,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서는 위험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 등 초반의 막연했던 공포심도 차츰 진정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국민들 스스로 질병관리본부의 홍보에 잘 따르며 외출도 자제하고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런 방향이라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 일찍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국가적으로나 국민적으로나 잘 대응하고 있지만, 때 아닌 중국 혐오 현상은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몇몇 정치인들과 일부 기성 언론 쪽에서 중국인들 국내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그렇잖아도 전염병 창궐에 공포심을 느끼는 일부 국민들 역시 이에 반응하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도 현재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후베이성과 관련 있는 외국인들은 입국을 규제하고 있다. (후베이성 지역 발급 여권 소지자 및 지난 2주 동안 후베이성에 체류한 기록이 있는 외국인 대상) 하지만 아직도 일부 언론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시켜야 한다고 야단이다. 이렇게 질병에 민감하신 기성 언론들이 지난 1년 동안 독감으로 1만 명 이상 사망한 미국인들의 입국은 왜 금지시키라는 말을 안하는지도 사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교류를 아예 단절하는 건 국가를 위해서도 전염병 창궐을 생각해서도 옳지 않은 조치이다. 일단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해서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역이 뚫릴 위험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최근 각종 언론에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서 자주 출연중인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에 따르면, 입국을 금지시키면 경유지 세탁 등의 방법으로 밀입국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며, 이렇게 밀입국 한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생기더라도 이들은 범죄자 취급 받는 게 두려워 증상이 생기더라도 신고하지 않고 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나 질병관리본부가 감염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없어 루트를 알 수 없는 2차, 3차 감염자가 끊임없이 생기게 되어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이 교수는 말하고 있다. 차라리 입국을 허용하되 현재 인천공항에서 하듯, 중국 입국자들을 따로 줄을 세워 감염 체크를 하고 출국시 까지 향후 동선이 파악되도록 조치하는 게 오히려 질병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연유로 국제보건기구(WHO)는 어떤 감염병이 유행할지라도 물류의 전달과 인적 교류를 막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역이 끊어질 경우 대대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우리 해운업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트라아시아선사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잖아도 사드 영향 등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 왔던 한중 카페리 선사들의 타격 또한 엄청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차원에서 일부 언론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할게 아니라, 철저한 대비 속에 안심하고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국가를 위해서도 해운업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최근 이웃나라 일본에서 크루즈선 내에 있던 확진환자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3천여명의 승객을 육지에 내리지도 못한 채 자위대까지 파견하게 된 상황을 교훈삼아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자들에 대한 매우 철저한 감염체크 및 대응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일 국내 최고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준 부산항만공사 항만산업부 간주태 부장의 세련된 인터뷰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우리 항만이 매우 뛰어난 수준으로 전염병에 대응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좋은 실례였다. 이 인터뷰의 내용처럼 우리 항만이 외국과 달리 매우 철저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음을 계속적으로 보여준다면, “대한민국 항만은 다르다.”라는 걸 인식시켜 해운항만산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한중카페리협회 사장단과의 간담회 당시 참석한 협회 임원진들은 하루 속히 이 전염병이 수습되길 바라고 있었다. 사드 영향 등으로 지난 해 전반적으로 한중 카페리 업계 실적이 좋지 않았던 터라 올해 나름 실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많이들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업계 만이라도 중국과 한국간의 인적 교류와 물류의 전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헛된 얘기들에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더 철저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내도록 성원해주고, 무엇보다 중국 내 코로나바이러스가 수습되길 기원해야 할 것이다. “인적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던 일본 아베 수상의 멘트가 모처럼 마음에 와 닿는 요즈음이다.
- 이일우 부장 -